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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고 스승이 남겨준 깨달음


엄마! 

포켓몬을 잡을때는 커브볼로 던져야해!

이브가 진화하면 ??이가 되고, 

그럼 방어력이 쎄  지는거야!


메탕구 멋지지 않아? 

이 캐릭터 귀엽지 않아?? 

블라블라~~ 블라블라~~


요새 아들과 대화의 대부분은 

포고 이야기다. 

포고란!! 포켓몬스터고의 줄임말이다.


아들은 나에게 포켓몬고를 가르쳐줄때 

가장 신난다. 아들의 눈은 반짝거리며 

이마까지도 광채가 나는 듯하다. 


애니메이션에서 명탐정 코난이 실마리를 

찾았을 때 안경에서 쨍하고 비치는 

그런류의 반짝임이 현실에서 느껴진다. 


넌 게임에 진심이구나 ㅋㅋㅋ 


수학문제를 풀때 저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그건 내생각이고~~


엄마의 아쉬움 따위는 1도 관심없고 

오로지!!! 포고만 생각하는 너는 

집중력이 좋구나!! 


관심도 없고, 해본적도 없는 

온라인 게임을 아들때문에 

시작하게 될 줄이야... 


나의 모성에 새삼 놀란다. 

현대판 신사임당인가?? ㅋㅋㅋ

관심없는 것에 좀체로 움직이지 않는 

나를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사실 본격적인 시작도 아니고 

그냥 장단을 맞추고 있다. 


아들이 같이 온라인게임을 하고 싶은데 

온라인에서 만날 사람이 없으니 

엄마보고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같이 하면 더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전적으로 너의 생각이다만... 

나는 입을 다물었다. 현모코스프레중이니꽈!!) 


엄마와 정한 미션들을 해내면 아이는 

하루에 한장씩 게임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걸 모아서 써도 되고, 

또는 매일써도 되고 그건 선택사항이다. 


도시 나들이가 있거나 여행이 있는 

주간에는 모아서 체육관에 가서 쓴다고 한다. 

(여기서 체육관은 온라인 세계내에서 

포켓몬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그렇게 모으면 일주일에 140분 정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 것이다. 


아이가 따로 핸드폰이 없어서 

공폰으로 와이파이가 있는 공간에서 

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


걸어가면서 해야하는 경우는 핫스팟이 필요하다. 

결국 엄마가 게임에 발을 들여야지만 

데이터 공급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엄청 기특했다.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엄마에게 같이 게임을 하자고 제시하고 

이끄는 과정이 굉장히 주체적이고 

자발적이라는 것에 점수를 줬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논리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느꼈다.


매번 학교생활이 궁금해서 

아들! 오늘 학교 어땠어? 

하고 물으면 아 그냥? 좋아? 

또는 기억안나, 그냥 그래로 일괄되게

 4지 선다중 하나가 나오는데 ...


나에게 게임을 하자면서 설득하는 과정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자신의 피고를 위해 

다양한 근거와 논리적 사고로 

무장한 의견을 제시하고, 


생각해보지 않은 다양한 

파장효과까지 설명하는 것이 

흡사 천재 변호사 우영우를 만난 기분이랄까? 

나를 충분히 감동시킬만큼이였다.

(이렇게 논리적일 일이니??ㅋㅋ)


엄마, 오늘은 내가 베틀을 가르쳐줄께.  

베틀 하려면 포켓몬 3개를 골라야해. 

3마리가 하나의 대전에서 싸우는거지. 

CP가 유사해야 베틀에서 싸움이 되는데, 

이때 쉴드를 치면~~ 블라블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기분이랄까? 

알수없는 단어와 용어들이 난무하고 

단계를 알 수없는 포켓몬들의 

CP와 왜 진화를 해야하는가? 

하는 생각은 묻지도 못했다. 



더구나 아직 우리나라 역사도 

제대로 못익혀서 스스로를 자칭 

역린이라 부르는 나에게... 


포켓몬의 역사까지 들이대면서 진화의 역사를

구구절절 설명해 주지만 처음듣는 

산스크리트어를 듣는 기분이 다.  


어쨌든, 70분의 시간동안 아들과 나는 

베틀도 하고 포켓몬도 잡고 

더불어 1학년 밖에 안된 딸랑구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채로 

눈으로 게임을 익혔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어 게임을 마무리 했다.

(일주일이 7일이라 다행이다.) 

여전히 포켓몬 세계의 체계나 계보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오늘 베틀에 대한 

배움이 아직 흡수가 안된 상황이였다. 


그래도 약속 시간은 지켜주는

센스로 이번주 포켓몬고 수업은 여기서 끝났다. 

휴~~


그리고 마지막, 

포고의 스승님이신 아드님이 나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했던 거 다 몰라도 괜찮아. 

그런데 오늘 가장 중요한건!!!

엄마가 재미있었냐는 거야? 

어때? 재미있었어??


아들의 질문에 순간 깨달음이 왔다. 

아들은 알고 있었다. 

배움에 관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즐거움이라는 것, 재미라는 것을!! 


그걸 모르고는 절대로 게임을 즐길 수 없고, 

배울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아이에게 수학이나 

다른 종류의 공부를 알려주면서 

마지막 멘트로 재미있었어? 

라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 


이해했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잘할 수 있겠어?


배움의 본질은 재미인걸 

나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아들에게 미안했다. 


그 동안 배움에 즐거움을 주려고 

했다기보다는 억지로 공부를 시키려고 했으니 

안그래도 어렵고 생소한 외국어 같은 

문장들에서 작고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지 아들에게 묻지 않았던 것이다. 


살다보면 목표가 더 크게 보일때가 있다. 

그리고 과정을 과정으로만 치부하고 

그 순간의 현재라는 사실을 잊고 

흘려보내는 순간들이 있다. 


현재의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늘 나를 깨우쳐주는

내 삶의 스승이자 내친구 아들랑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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