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가슴을 쳐서
소리 내는 몸을 가졌던가
아픔을 숫자로
말하는 버릇을 가졌던가
세상 인심보다
더 가파른 수직 벽에
목을 걸고
무슨 설운 사연이 있기에
전신이 멍들도록
소리 나는 상처로 우는가
시간을 끌어모으기 위해
심벌을 흔들며
잊고자 그리움으로
울어대는 괘종시계여
태엽에 감긴 추억이 무어길래
맨가슴에 굵은 말뚝을 박아
둥근 세상, 팔로 허우적거리며
온종일 우는가
- 시집『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사랑 IV』(현대시문학) ,『계간문예』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2411234929
<「괘종시계」詩作 노트 >
시를 쓸 때 떠오르는 영감,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혹시 시신(詩神)이 아닐까.
시의 대한 열정이 뜨거웠을 때의 이야기다. 시심의 빠져 방에서 잠깐 단잠을 잤는데 「괘종시계」내용이 꿈에 모두 보이는 것이었다. 제목까지 그대로. 깨어나 급하게 옮겨 적느라 몇 자 놓쳐 수정한 것도 있지만, 그렇게「괘종시계」가 쓰여졌다. 사실 그때부터「괘종시계」를 내가 썼다고 해야 할지, 내가 옮겼다고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지금은 옛날 물건처럼 사라져가고 있지만, 어릴 때만 해도 집집마다 벽에 괘종시계가 하나씩 걸려있었다. 전자시계가 널리 퍼지기 전만 해도 괘종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존재였다. 한밤에 울면서 사람들의 꿀잠을 깨우기도 했지만….
「괘종시계」를 읽고 ‘그냥 그러네.’ 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전율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괘종시계」를 누가 쓴 것일까. 아마 그것은 시신(詩神)이 썼고, 내가 옮긴 것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