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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하 Feb 09. 2020

<詩作 이야기 - ② 삶과 죽음의 소나타 / 권영하>


삶과 죽음의 소나타 / 권영하                                     


삶은 죽음을 위한 유죄인가

죽음이란, 삶의 장난인가

이때껏 생존했고

앞으로 사멸(死滅)할 숙명에

영혼 속의 영원을 찾는 신앙으로

우린 죽음 앞에 

과연 초연해질 수 있을까


죽음이란, 원래 원죄의 산물인가

삶으로부터 영원한 유배인가

단순한 삶의 종말인가

고요히 지는 잡초에게 영원은 존재하고

죽어버린 사슴의 영혼은 연속될 수 있을까


우리 삶 속에서 이성으로 영혼을 보듯

믿음으로 죽음 속의 영원을 볼 수 있을까


영원은, 영원하지 않은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도 영원을 갈구하며 정지를 싫어한다


인간은 언제까지 죽음의 수수께낄 모른 채

삶과 죽음의 순간 교차점에서

끝없는 유랑을 계속할까

그렇듯 인간은 인간 이상일 수 없고

삶 또한 삶 이상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미래의 죽음에

좀 여유를 가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죽음을 죽음 이상으로 생각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오늘도

이 가난한 존재는 

생의 한줄기 바람 앞에 서성거리고 있다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2411234929


     

  삶과 죽음의 소나타詩作 노트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꾼 문구가 있고, 인생을 바꾼 사건이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소나타」는 스무 살 때 쓴 작품으로 신춘문예 최종 본선에 올랐던 작품이다. 시의 본질보다는 에세이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20대가 좀 뜨거웠고, 글을 좀 써 보아야겠다는 마음도 생긴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과연 스무 살 때 삶과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 하는 자문(自問)도 해본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나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오겠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죽음 앞에 좀 숙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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