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을 위한 유죄인가
죽음이란, 삶의 장난인가
이때껏 생존했고
앞으로 사멸(死滅)할 숙명에
영혼 속의 영원을 찾는 신앙으로
우린 죽음 앞에
과연 초연해질 수 있을까
죽음이란, 원래 원죄의 산물인가
삶으로부터 영원한 유배인가
단순한 삶의 종말인가
고요히 지는 잡초에게 영원은 존재하고
죽어버린 사슴의 영혼은 연속될 수 있을까
우리 삶 속에서 이성으로 영혼을 보듯
믿음으로 죽음 속의 영원을 볼 수 있을까
영원은, 영원하지 않은 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물도 영원을 갈구하며 정지를 싫어한다
인간은 언제까지 죽음의 수수께낄 모른 채
삶과 죽음의 순간 교차점에서
끝없는 유랑을 계속할까
그렇듯 인간은 인간 이상일 수 없고
삶 또한 삶 이상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리, 미래의 죽음에
좀 여유를 가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죽음을 죽음 이상으로 생각지 않고
숙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오늘도
이 가난한 존재는
생의 한줄기 바람 앞에 서성거리고 있다
-『신춘문예 당선시집』(문학세계사)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2411234929
<「삶과 죽음의 소나타」詩作 노트 >
누구에게나 인생을 바꾼 문구가 있고, 인생을 바꾼 사건이 있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소나타」는 스무 살 때 쓴 작품으로 신춘문예 최종 본선에 올랐던 작품이다. 시의 본질보다는 에세이적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20대가 좀 뜨거웠고, 글을 좀 써 보아야겠다는 마음도 생긴 것 같다. 한편으로는 ‘과연 스무 살 때 삶과 죽음에 대해 얼마나 알았을까?’ 하는 자문(自問)도 해본다.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나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찾아오겠지만…. 이 작품으로 인해 죽음 앞에 좀 숙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