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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하 Feb 09. 2020

<詩作이야기 - ③ 호박(琥珀) 속의 모기 / 권영하>

 

호박(琥珀) 속의 모기 / 권영하


 호박 속에 날아든 지질시대 모기 한놈

 목숨은 굳어졌고 비명도 갇혀 있다
 박제된 시간에 갇혀 

 강울음도 딱딱하다 
 
 멈추는 게 비행보다 힘드는 모양이다 
 접지 못한 양날개, 부릅뜬 절규의 눈 
 온몸에 깁스한 관절 

 마디마디 욱신댄다 


 은밀히 펌프질로 흡혈할 때 달콤했다
 빠알간 식욕과 힘, 그대로 몸에 박고
 담황색 심연 속에서 

 몇 만년을 날았을까


 전시관에 불을 끄면 허기가 생각나서
 호박 속의 모기는 이륙할지 모르겠다
 살문향(殺蚊香) 피어오르는 

 도심을 공격하러


   -『농민신문』(2012),『시조시학』(고요아침),『다층』,『화중련』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100151638468



  <호박 속의 모기詩作 노트 

  ‘호박’은 황색 광택을 내는 보석으로 나무에서 나온 송진이 땅속의 묻혀 오랜 기간에 걸쳐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 여러 가지 장식으로 쓰이며 곤충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 시「호박 속의 모기」는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품이다. 강원도 여행을 가서 태백석탄박물관 2층에 있는 ‘호박 속의 모기’를 보고 착안한 것이다. 당선 후 태백석탄박물관에 전화했더니, 당선작을 ‘호박 속의 모기’ 옆에 전시해 보라고 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태백석탄박물관에 있는 ‘호박 속의 모기’를 다시 한번 보러 가야겠다. 가서 문안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 몇 만년 날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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