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속에 날아든 지질시대 모기 한놈
목숨은 굳어졌고 비명도 갇혀 있다
박제된 시간에 갇혀
강울음도 딱딱하다
멈추는 게 비행보다 힘드는 모양이다
접지 못한 양날개, 부릅뜬 절규의 눈
온몸에 깁스한 관절
마디마디 욱신댄다
은밀히 펌프질로 흡혈할 때 달콤했다
빠알간 식욕과 힘, 그대로 몸에 박고
담황색 심연 속에서
몇 만년을 날았을까
전시관에 불을 끄면 허기가 생각나서
호박 속의 모기는 이륙할지 모르겠다
살문향(殺蚊香) 피어오르는
도심을 공격하러
-『농민신문』(2012),『시조시학』(고요아침),『다층』,『화중련』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100151638468
<「호박 속의 모기」詩作 노트 >
‘호박’은 황색 광택을 내는 보석으로 나무에서 나온 송진이 땅속의 묻혀 오랜 기간에 걸쳐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 여러 가지 장식으로 쓰이며 곤충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다.
이 시「호박 속의 모기」는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작품이다. 강원도 여행을 가서 태백석탄박물관 2층에 있는 ‘호박 속의 모기’를 보고 착안한 것이다. 당선 후 태백석탄박물관에 전화했더니, 당선작을 ‘호박 속의 모기’ 옆에 전시해 보라고 했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태백석탄박물관에 있는 ‘호박 속의 모기’를 다시 한번 보러 가야겠다. 가서 문안 인사라도 드려야 할 것 같다. 나를 위해 몇 만년 날아와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