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왁자지껄 줄지어 모여들었다
그 줄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도로에 커다란 밧줄을 만들었다
중간에 곁줄도 여러 개를 만들며
그렇게 도로에서 집회는 시작되었다
아버지와 나도 지하철을 타고 그곳에 참여했다
서로 길이 달랐기에 나는 좌측, 아버지는 우측에 섰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생각들이 모여 큰 강줄기를 이루었다 어느 한쪽이 옳고 그르다고 탕탕탕 두드려 말할 수는 없었지만 양쪽 다 외침에는 이유가 있었다
목소리에 땀이 났다
오래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엉키고 꼬인 실타래를 함께 모여 풀었던 적이, 삭아 끊어졌던 줄을 다시 이었던 적이, 쓰러져가는 것을 힘을 합쳐 바로 세웠던 적이
피켓과 현수막에 박힌 단어들이 불편했지만 참았다
서로 꿈이 같다는 것을 알았기에 줄머리와 생각의 경계에서도 실랑이는 없었다
나는 나의 꿈을 좇았고 아버지는 아버지의 꿈을 좇았다
집에 와서도 나와 아버지는 보는 곳이 서로 달랐기에
어색함은 계속되었다
식탁에서도 나는 오른손에 숟가락을 들었는데
언뜻 보면 아버지는 왼손에 숟가락을 들고 있는 듯했다
거실에서 뉴스는 계속 흘러나왔고
어머니는 나와 아버지의 줄다리기를 근심으로 보고 있었다
- 시 전문 계간지 『시와소금』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