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몸이 무거우면 잎을 떨구어
욕심을 내려놓는다
회오리바람이 팔을 부러뜨리면
다른 팔을 뻗어 균형을 잡는다
흉터 같은 옹이에 새들이 둥지를 틀어도
큰잎으로 슬며시 가려 숨겨준다
어깨에 배설물을 남기고 가도
빗물로 씻어서 자양분을 만든다
비바람이 몰아쳐 척추를 흔들면
바람과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가뭄으로 입술이 바싹바싹 마를 땐
뿌리를 깊게 내려 더욱 튼실해진다
상처를 밀어 올려 잎과 줄기를 만들지만
새와 벌레들에게 푸른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계간문예』(2025, 상상탐구)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39392098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