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쓰러져 있는 고목처럼
호스피스 병동에 누워 계셨다
허옇게 드러난 뿌리를 이불로 반쯤 덮고
나무껍질처럼 숨을 헐떡이고 계셨다
그 옆에는 링거 거치대만
우두커니 서서 임종을 지키고 있었다
어릴 때는 이파리만 몇 닢 남은
저 나무 위에서
매미처럼 노래를 신나게 불렀는데
한여름에 잎들이 축 늘어져도
그늘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만 불렀는데
비바람이 마구 몰아쳐도
살점이 패인 곳에 숨어 장난만 쳤는데
아버지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져 갔고
심장은 멈추기 직전이었다
알고 보면 옹이 같은 저 검버섯 덕분에
난 허물을 벗고 잘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 시 전문 계간지『시에』(2025)
☞ 출처 : https://blog.naver.com/almom7/2240149737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