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선 국도를 달리다가 줄임표처럼 횡단하는 오리가족을 만났다
놀라 급정거를 했으나
총총걸음으로 뒤따라가던 한 마리를 그대로 치이고 말았다
정신이 멍해졌다
차에서 내려 달려가 보니 다리에서 붉은 온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도 예전에 이런 적이 있었는데, 다니던 오솔길이 누군가에 의해 끊겨버린 적이, 놀라서 두리번거리다 쓰러졌던 적이, 그러다 원하지 않던 길로 가야 했던 적이
눈이 서로 마주쳤다, 가슴이 짠했다
분명 파르르 떠는 저 다리로 강을 헤엄치고 가시덤불을 헤쳐 여기까지 왔을 텐데, 비명을 토해내는 저 부리로 가족들과 함께 먹이를 찾았을 텐데
이대로 돌아가면 퍼덕이는 힘도 비명도
모두 천천히 납작해질 것이다
결국은 시꺼먼 아스팔트가 남은 진액까지 다 빨아먹겠지만
모퉁이에서 달려오는 덤프트럭을 서행시키고
차에서 구급상자를 가져왔다
바로 응급처치를 했다
이어 놀란 마음과 꿈이 다치지 않도록 눈을 살포시 가리고
시들어가는 오리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렸다
다시 돌아와도 길을 잃지 않도록 갓길에 표시를 하고
- 시집 『빈틈은 사람이 가진 향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