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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시호일]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하와이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에 위로를

하와이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에 위로를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

(よしもとばなな - ゆめみるハワ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온 뒤였다.


2020년 1월 20일, 생애 처음으로 하와이로 떠났다. 신혼여행을 위한 것도 아니고 쇼핑과 관광을 위한 휴가로 가는 여행도 아니었다. 약 8년간 호르몬 저하 문제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던 나의 건강 회복을 축하하기 위해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더불어 반복하고 싶지 않았던 삶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큰 결심을 하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서 카우치서핑으로 한 호스트 가족을 만났다. 멕시코와 중국계 피를 갖고 있는 이 가족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고, 일본에도 관심이 많은 아시아 친화적인 따뜻한 가족이었다. 카우치서핑 사이트에서 카우아이 섬에 살고 있는 호스트를 찾고 있을 때, 이제 막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는 자기소개를 쓴 호스트를 발견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자를 맞이하고 그 집에 묶었던 카우치서퍼의 후기를 보니 굉장히 따뜻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첫날 그 집에 도착했을 때 통유리로 된 거실 창 밖으로 TV가 보였는데 가족들이 넷플릭스로 <사랑의 불시착>을 보고 있었다. 낯선 나라에 도착해서 내내 긴장한 상태로 일주일을 보냈던 나에게 TV 화면으로 보이는 손예진과 현빈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마침 나도 같은 드라마를 보다가 하와이에 도착했기에 반가운 마음은 배가 되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가고, 부엌에는 현미쌀이 있고, 첫날 저녁으로 야채볶음에 밥 한 공기를 먹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나도 아미였고, 대학생 딸도 아미여서 서로 팬클럽 카드를 보여주며 반가워했다는 것은 안 비밀!


그렇게 그 집에 머무는 3박 4일 중 3일을 함께 여행하면서 나는 한국어와 일본어를 가르쳐 주었고, 호스트 가족은 나의 여행 안내자이자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만남들이 있던 하와이 여행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천공항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언제 다시 하와이로 떠날 수 있을지 기약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우리 쿰(훌라 선생님)은 일본 사람이 완전히 잃어버린
자연과 영혼의 깊은 만남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마음이 아무리 괴롭고 흔들릴 때도
스튜디오에 가서 한 번 춤을 추고서 모두의 빛나는 웃는 얼굴을 보고 나면
 차분하게 원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
(35쪽)   


하와이의 자연은 정말 신성함 그 자체였다. 고대의 원시적인 자연 앞에서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또 내가 품고 있는 고민과 슬픔이라는 것이 얼마나 작은지,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이 장대하고 신성한 지구별에서 조금 더 용기있고 과감하게 살아나가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품어졌다.


하와이에서 돌아온 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점점 심각해지고 하와이에 있는 호스트 가족에게 택배조차 보낼 수 없게 되버리면서 나의 하와이 앓이는 더 심해져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서점 앱에 접속해서 '하와이'를 키워드로 넣고 여러 책들을 검색을 하다가 이 책 요시모토 바나나의 <꿈꾸는 하와이>를 발견했다. 이게 얼마만에 다시 만나는 요시모토 바나나인지. 한창 일본어 공부를 하던 대학생 시절에는 참 자주 읽고는 했었는데.


"요시모토 바나나도 하와이와 인연이 있구나~"


중얼거리며 버튼을 클릭해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책을 받아보았다.


이 책은 하와이에 대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사랑에 빠져 하와이에 살고 있는 친구, 오로지 그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방문했던 하와이의 거리와 자연, 비 내리던 모습, 그리고 하와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훌라를 배우게 되었으며 거북이처럼 더디게 훌라를 배워나가고 있는 이야기, 훌라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 대한 애정 등등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의 제목처럼, 요시모토 바나나가 이야기하는 하와이의 자연과 사람들은 마치 꿈 속에서 만나는 것만 같다.


힐로가 그녀를 렀던 것이다. (12)


지금 나는 서울에서의 생활에 다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다시 일본어 수업을 시작했고, 또 훌라를 배우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의지만으로 하와이에 간 것이 맞을까?


어쩌면 나의 할머니와 엄마의 바램이 나를 하와이까지 보낸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하와이를 부른 것인가? 하와이가 나를 부른 것인가? 아마 서로가 서로를 불렀던 것 아닐까? 하와이에 가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과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호스트 가족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또 그 전에 머물렀던 호스텔에서 미국 본토에 사는 한국인 언니를 만나게 될 줄도 몰랐다.


감을 따라가는 여행이라 좌충우돌 여행 전후로 완벽한 과정도 아니었고,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사람인지가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말처럼 "아름다운 추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내가 완벽했더라면 이 여행을 통해서 누구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은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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