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내 안에 있음을 느낀 날
오늘처럼 햇살이 좋은 날은, 여지없이 우리집 담벼락에는 이불이 널려 있다.
5월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 날, 대문을 들어와 정원을 지나 현관에 들어가려는데, 또 내 이불이 널려 있었다.
그땐 한창 중2, 사춘기라서 내 이불이 동네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널려 있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싫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괜한 짜증을 부렸다. 그날은 유난히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이었고, 그래서 일찍 자고 싶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엄마가 갖다 준 요를 깔고 이불을 덮었다. 기분이 묘했다. 햇볕에 바짝 말라서 살짝 까슬까슬한 이불 호청의 느낌과 낮 동안의 햇살을 그대로 품고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마치 방금 돌돌 말아 뽑아낸 따끈한 솜사탕 속에 누워 있는 느낌이랄까. 그때의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나도 결혼해서 엄마처럼 이불을 뽀송뽀송하고 쾌적하게 유지하고 싶었으나, 아파트에서 이불을 널기에는 뭔가 불편했고, 낮 동안 집에 거의 있지도 않기에 널어 놓고 나가기도 애매했다. 그러다 보니 이불을 그렇게 관리하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건조기가 생겨서 ‘이불 먼지털이 기능’과 ‘UV 살균코스 기능’을 사용해서 자기 전에 가끔 돌려서 꺼내 덮기도 한다. 따뜻하긴 하지만 그때의 까쓸하면서도 포근한 햇살의 느낌은 느낄 수가 없다.
우리 엄마는 청결에 유난히 시간과 정성을 많이 들인 분이셨다. 그래서 수건과 행주는 매일 삶고 욕실 발매트도 매일 빨아서 빳빳하고 까끌까끌하게 해 놓으셨다. 그 중에서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방금 걷어 온 발매트를 밟는 것이다. 푹신하면서도 햇볕에 바짝 말라서 까끌까끌하고 뻣뻣한 매트의 촉감이 맨발에 닿는 느낌은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거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발매트를 세탁하는 날에는 아들을 불러서 빨리 밟아보라고 한다. 금방 빨아서 건조기에서 꺼냈으니 따뜻하고 까끌까끌한 기분 좋은 느낌을 느껴보라고 말이다.
나도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고 엄마 나이가 되어 그 시절의 엄마의 삶을 느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땐 몰랐지만, 그렇게 엄마의 사랑과 정성으로 내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엄마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내 삶을 돌아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지금은 계시지 않은 엄마를 떠올리면서 하루하루 허투루 살면 안되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한다.
-화창한 봄날, 이른 여름같은 뜨거운 햇살이 예전의 기억을 데려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