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브를 배운 적이 있었지. 푹 빠져서...

by 이도연


귀갓길에 카톡이 울린다.

누군가 동영상을 보내왔다.

자신이 출연한 방송 동영상이라는데, 난 깜짝 놀랐다.

‘바람의 전설’이라는 춤을 소재로 한 우리나라 대표 춤 영화에 출연했다는 인터뷰 내용이었다.


‘바람의 전설’은 2004년에 발표된 이성재, 박솔미, 김수로가 나오는 영화로, 주인공인 이성재가 진정한 춤의 매력에 빠져서, 그 세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 영화를 보고 이성재에게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한 번만 더 미치도록 추고 싶었습니다.”


나도 10여 년 전 꿈이 있었다. 그래서 자이브를 배우게 되었다. 아쉽게도 3개월 만에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때의 짜릿한 희열은 잊을 수가 없다. 내 몸을 타고 흐르는 음악의 진동, 그 리듬에 맞춰 움직이는 내 몸의 자유로운 느낌, 무엇보다 하늘하늘 반짝이는 드레스를 입고 자아도취에 빠져 정신줄?을 놓고 춤을 추게 되는 그 순간...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퀵 어퀵 퀵 어퀵!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새로운 기획을 했다. 내가 하는 강의를 토크쇼 콘서트로 진행해 보고 싶었다. 이벤트로 오프닝에 내가 라틴댄스를 추는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 몸치 중에 몸치께서 그렇게 도전을 한 것이다.


개인 지도 선생님은, 여신님이었다. 미스코리아에 출전한 적이 있는 키 175인 그녀. 망사 반짝이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내 앞에 나타나셨다. 내 손을 잡고 스텝을 가르쳐 주시는데, 설레고 설렜다. 삼면이 거울인 그곳, 마룻 바닥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 음악 소리. 모습에 취해 음악에 취해 나는 춤에 푹 빠졌다. 집에 오면 스텝을 연습하는 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파트너와 춰봐야 한다며 남자분을 모시고 오셨다. 나이 예순은 되어 보이는 그분과 그동안 배운 것을 춰보라는 것이었다. 내 나이 마흔. 갑자기 얼음이 되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하지만 예의상 어쩔 수 없이 파트너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그동안 배운 것을 췄다.


선생님께서 계속 외쳤다.


“떨어지세요! 손은 허리로 내려오면 안 됩니다. 떨어지세요. 떨어지세요!”


하지만 그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툭 튀어나온 배를 나에게 들이밀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난 키가 작아서 그 사람의 코밑에 바로 내 얼굴이 있었기에, 날숨 속에 마늘 냄새 같은 것이 내 얼굴로 바로 몰아치고 있었다. 토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춤이기에 싫은 내색은 꾹 삼키고, 정중히 인사를 하고 끝냈다.


그 이후, 레슨이 재미없었다. 갑자기 관절도 아팠다. 그리고 발가락도 아팠다. 그래서 결국 그만두었다. 나의 춤인생은 3개월 만에 끝났지만, 생각해 보니 그때 참으로 행복했었다. 혹시,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알 파치노’정도 되는 점잖은 파트너였다면 그래도 그만두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때 푹 빠져서 듣던 OST <Jurame>를 들으며 한동안 감상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