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 잘 다녀오렴, 얘들아!

강남(에 사는) 엄마

by Aloha J

슬픈이야기지만.... 세상이 그러하므로, 아파트마다 담벼락과 굳게 잠긴 문이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 사방으로 작은 문들이 있고, 역시 패스워드를 알거나 아파트 입주민 전용키가 있어야만 그 두꺼운 철문을 열 수 있다.

처음 아파트가 지어지고, 초반에는 그런 문이 없었다. 덕분에 아이와 동네 있는 아파트의 놀이터들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단지에 정원을 예쁘게 조성한 앞 아파트는 4살 아이와 걸어 다니기 참 좋은 장소였다.

물론 우리 아파트에도 다른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이 자주 놀러 와서 놀이터에는 항상 시끌벅적거렸다.

그날 만나 처음 놀다가 더 같이 놀고 싶어지면 가끔 아이들은 "무슨 아파트 살아요?" 하며 이 아파트의 입주민인지 앞 아파트 입주민인지를 확인하며 다음 놀이터를 어디로 정할지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외부인으로 인한 몇 번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지자 아파트는 빠르게 높은 담과 두꺼운 철문을 둘렀다.

더 이상 자유로운 동네 마실을 할 수 없어서 참 아쉽다는 생각을 제법 오랫동안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의 안전에 더 유리한 대처인 것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익숙해졌다.


등굣길, 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뒤편의 작은 후문을 열고 가야 한다. 가끔 멀리서 보면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있고, 그중 한 아이가 열심히 패스워드를 누른 후에야 문이 열리고 우르르르 나가는 풍경을 만난다.

아직 초등학교 아이들이라 쉽게 잃어버릴 수 있는 패스키보다는 머리에 암호를 담아주는 집이 많아서다.

(물론 나도 아이가 혼자 등하교를 할 때쯤에는 아이에게 암호를 알려줄 계획이다.)


가끔 1분 1초가 아쉬운 등굣길에 열리지 않는 뒷문 앞에서 삑삑삑 누르다가 한 자라도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누르는 다급한 손을 만난다.

"아줌마가 열어줄게." 하고 패스키를 대면 아이들은 우르르르 문밖으로 뛰어가기 시작하기도 한다.


아이를 등교시키고 집에 돌아올 즘, 그때 학교에 가려는 아이들을 만난다. 나는 문 바깥 방향에서, 아이들은 문 안쪽 방향에서 잰걸음으로 문을 향해 가는데, 서둘러 달려서 문을 열고 기다려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만난다.

더 오는 아이가 없나~살피면 가끔 저~~~ 멀리서 달리기 시작하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럼 아이가 올 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려준다.

헐레벌떡 뛰면서도 인사를 잊지 않고 가는 착한 아이들을 보면 오늘도 학교에서 잘 지내고 집에 돌아가길 응원하게 된다.


"잘 다녀와!"

"조심히 뛰어! 넘어질라!"

하면서 가끔 인사를 던지면 씩 웃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다.


얘들아, 오늘도 잘 다녀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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