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엄마 심심해요.

강남(에 사는) 엄마

by Aloha J

저녁에도 노트북 앞에 앉아서 아이의 잘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살피면서 일을 하는 날이 있다.

아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끝내고 자유시간을 즐기는 동안 짬을 내서 일을 처리한다.

노트북 앞에서 조급한 마음만큼 손을 움직이고, 타닥대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외에 집 안에는 아이의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흥얼대면서 책을 읽고, 엄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와 질문을 던지지만 멀티가 안 되는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00아, 엄마가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우리 아들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 우리 이따 이야기하자?"

"칫, 엄마 미워."

살짝 토라졌지만, 잠시 몸을 돌려 아이를 두 팔로 안아주고 기다려줘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주면 아이는 다시 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아... 엄마 나 너무 심심한데. 자유 시간에 혼자 놀기 싫은데...."

"00아, 엄마 이 일만 마무리하고. 알았지?"

"아... 심심하다.. 뭘 하면 좋을까?"

사실 아이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조바심 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아이가 이 심심한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스스로 고민하는 이 시간을 응원하기도 한다.


"종이접기 해야겠다. 엄마 나 이 어려운 미니카 접을 거예요."

모니터 너머로 아들에게 눈썹을 씰룩이며 미소를 보내며

"엄마 앞에 와서 할래? 내 옆에 있어줘~~ 멀리 가지 마~"

하면서 괜히 아이에게 애교를 부린다.

아이는 그런 엄마의 반응이 재미있는지 앞에 와서 앉아서 종이접기를 시작한다.

바스락바스락 종이접기 책을 보면서 열심히 미니카를 접던 아이가

"아, 이제 안 심심하네." 한다.


그러다가도 가끔 책과 접던 종이를 갖고 와서 본인이 접을 수 있는 것을 굳이 엄마에게 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미 본인이 한쪽을 멋들어지게 접어두고는 엄마에게 도움인 양 와서 같이 접자고 오는 거다.

귀엽지만, 엄마가 이 일을 얼른 끝내야 우리 아들이랑 자유시간이지!! 하는 마음에

"00아, 엄마가 처음부터 접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한 번 멋지게 접어볼래?"

하고 다시 모니터 앞으로 시선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가끔 엄마를 기다리기 힘든 마음을 제대로 접지 못한 종이 접기에 화풀이하듯

"아... 망했다" 하면서 울먹거리며 제 침대로 쏙 들어갈 때도 있다.

그런 날은 "다시 하면 되는 거야, 망한 거 아니야."

하면서도 아이 곁으로 가지 않는다. 아니, 갈 틈이 없다.

뭐 대단한 일 한다고 이런가 싶다가도 아이가 이 시간을 해해주지 못하는 것이 마음 한편을 불편하게 한다.


결국 마음을 추스르고 나와서 다시 책 앞으로 가는 아이.

그런 아이를 속으로 응원하면서도 이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가 또 한 뼘 자라고 있다고 믿고 싶어진다.


그리고 아이 등에 대고 이야기를 슬쩍 건넨다.

"00아, 엄마랑 내일 같이 꼭 다시 접어보자,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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