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생일이 돌아왔다.

강남(에 사는) 엄마

by Aloha J

이번 생일에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을 사진에 담았다.

생일날 아침에만 찍는 나만의 생일 의식이다. 세수를 하고 나서 아침 햇살을 조명삼아 가장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담는다.

매년 미묘하게 변하는 모습을 생일을 기준으로 이렇게 기념한다.

필터라고는 쓸 맘 없는 나에게 매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건, 먼 훗날 이 사진들을 다시 열어볼 때

나의 세월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 내 마음을 보는 기분일 테다.


벚꽃은 이제 클라이맥스를 지나 꽃비를 내리고 푸릇한 여린 잎들이 삐죽 대고 있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화사한 벚나무풍경에 생일무드를 만끽한다.

‘역시, 이 맛이지!’


엄마 생일이니까 특별히 더 기분 좋게 등교를 해내면 좋겠다는 건 엄마만의 바람이고..ㅎㅎ

엄마 생일과 상관없이 더 늦장 부린 아들은 오늘 울면서 학교에 가고... 아이고...

(평소에도 안 울고 가는 등굣길을 이게 맞나.. 하..)

아들의 짠한 뒷모습에 오늘 하루 혹시 힘들지는 않을까 또 속상해서 복잡한 마음으로 운동을 갔다.

생일이고 뭐고 다 싫다... 하며 ㅎㅎ


그래도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운동 후 마음은 회복되었다.

올해 생일은 엄마와의 데이트. 일흔이 넘으신 엄마께서 딸의 생일을 위해 일부러 올라와주셨다.

"우리 딸이랑 데이트 하자! :D" 송구스러우면서도 엄마를 만난다는 생각에 사실 이 일정이 잡힌 지난 금요일부터 들떠있었다.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엄마의 얼굴을 대하고 할 수 있는 오늘이 감사한 나이가 되었다.


하교하며 다시 만난 아들의 예쁜 미소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그래 감사할 게 많은 날이지.

반짝이는 날씨를 주신 것도 감사하고.

아프지 않고 생일을 보낸 것도 감사하고.

엄마랑 보낸 소중한 날도 감사하고.

학교 잘 다녀온 아들도 감사하고.

아침에 생일인 줄 깜빡 잊고 ‘나 생일인데.’라는 말에

호들갑 떨며 축하인사를 건넨 남편도 감사한 하루였다.


흐드러진 벚꽃을 마음에 담으며 기도한다.

오늘의 생일을 기점으로 나의 인생이 감사로 고백하는 순간이 많아지기를... 우리 가정이 아름다운 가정이 되기를..


Happy birthday to me.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