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1.치열하고, 강렬한 육아의 현장

by Aloha J

대한민국, 서울 강남의 한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아이의 엄마.

나는 '강남엄마' 군으로 분류되었다.

사실 내가 사는 일상은 전혀 강남스럽지 않아서

"강남 엄마라서 그런 거야?"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여전히 낯설다.

'내가, 강남 엄마... 구나..

그렇네, 나 강남 사는 엄마네?'

그것뿐이다. 사는 곳이 강남일뿐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대기가 1년은 거뜬히 넘긴다는 말을

남의 일처럼 여기며 임신 기간을 보냈다.


왜 아직 대기 신청을 안 했냐는 말은

웃음으로 넘겼다.

그들의 관심은 고맙지만,

치열한 0세 반 입소 경쟁 라인에

내 아이를 등판시킬 마음이 없었다.

생후 36개월까지 아이와 함께 하기로

이미 계획했었으니까.


인터넷 속 '강남'이라는 이미지는

유난스럽고, 과하고 살짝 기괴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뜨거운 교육열, 성공에 대한 갈망,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로 인생을 가르며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조차 겁나게 하면서도

또 강남이라 교육의 수준이 다르다는

상반된 시선을 담고 있는 이 동네.


지레 겁먹고 강남은 애 키울 곳이 못된다고

눈을 질끈 감는 사람도 있지만....

뭐, 여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

보통의 엄마가

한 명의 아이를 품고, 출산하고 키우면서

나는 강남에서 별 탈 없이 살고 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내 아이를 위해서

반드시 보여줘야 할 책과 전집!

반드시 노출해줘야 하는 영어 동영상!

반드시 손에 쥐어줘야 하는 교구!

반드시 먹여야 하는 음식과 영양제!

반드시 입혀야 할 옷!

반드시 사용해야 할 육아용품!

들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


이거 안 해주면 우리 아이만 도태된다고 겁주는

치열한 마케팅 광고들을 보며

고약스럽다 생각하며 넘기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경제력이 넉넉한 태평양 같아서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다 모아 붙이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남엄마가 아니라

강남에 사는 엄마다,

강남이라는 단어에

어떤 특별함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들의 걱정과 미묘한 감정들이

얽히고설키는 육아맘들의 세계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등원 후 모여 육아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의 영어 레테를 관리하고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헬리콥터맘으로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이와의 저녁 산책을 즐기고

고단한 오후에는 둘이 누워 멍하니 쉬기도 하고

공기가 맑은 날에는

같이 산에 가자고 꼬시는 엄마다.

심심하다고 하면 둘이 손잡고 도서관에 가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은 뭘 먹을지

함께 이야기하는 엄마.

나는 강남 엄마다.


겪어보니 정말 치열한 이 강남에서

우리만의 길을 가고 있는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