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엄마는 T
지긋한 감기로 한참을 앓았다. 3주도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같은 증상이 불쑥 몰려오기 시작한다. 또 감기라니.. 추석연휴 감기 몸살이 아이에게 옮아갈까 걱정되어 매일밤 꼭 안아주는 것도 못했다. 감기가 다 나으니 입술이 부르터서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갈까 봐 뽀뽀는 상상도 못 했다. "엄마 입술 언제 나아?"라고 묻는 아이의 보드라운 볼을 쓰다듬을 뿐, 만성피로에 입술이 쉬이 낫지 않았다.
피딱지가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이렇게 허무하게 감기라니. 이번 감기는 더 몸을 아프게 한다. 밤새 기침으로 마스크를 하고 자야 할 정도. 왜 이렇게 감기에 걸렸을까. 지난번 서점에서 바주카포처럼 재채기를 연신 사방으로 해대던 아저씨의 바이러스가 옮아온 건가. 그럴 확률이 높군. 내가 그날 너무 지쳐있었지. 방 문을 좀 열어두고 자야겠다,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아이에게 더 쉽게 노출되지 않을까.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 약 말고 내가 해야 할 게 뭘까. 그래, 우선 생강레몬차를 마시자. 꿀도 도움이 되겠지. 지난번 엄마가 보내주셨던 인삼이랑 대추를 달여서 좀 마셔야겠다. 수분 보충이다. 세균 없애려면 이 정도는 세팅을 해놔야지. 밤새 생각한 것들을 아침에 분주하게 준비했다. 주전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인삼 증기 덕분인지 집안 공기는 좀 더 촉촉하고 따스해졌고, 평소보다 더 수분 섭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감기가 가족에게 옮기지 않도록 먹거리와 환기, 청소에 더 신경을 써야겠지. 내가 전염성 강한 병에 걸리면 언제나 코로나 수준으로 살림을 돌봐야 마음이 편하다. 몸이 아파서 아이가 사랑스럽게 이야기를 해도 웃어줄 힘이 없다. 샤워부스에서 목욕시킬 때는 더 조심하려고 입을 꾹 닫고 "음~ 음~"하고 추임새만 넣는다. 엄마 표정을 다 읽을 수 없으니까 목욕을 다 시키고 문을 열 때 이야기 한다.
"엄마가 울 00이 감기 옮길까 봐 조심하느라 말을 안 하는 거야. 알았지?" 아이는 더 해사한 얼굴로 "네! 엄마. 엄마가 얼른 나으면 좋겠어요." 한다. 말해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스쳤다.
내 아기 한정 따수움 최대치를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대문자 T인 엄마라서 F 엄마들의 감성은 절대 따라할 수 없다는 걸 아이가 크면서 더 인정하는 중이다. 그래서 매일 내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공감과 응원이다. 공감해준다." 달콤하게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가득한 엄마가 되어주지는 못해도 엄마 정말 울 애기 우주 무한대만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