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사는) 엄마

20. 엄마 그 말하지 마요.

by Aloha J

"엄마!"

"응?"

"사랑해요!"

"엄마도 사랑해! 엄마 사랑해 줘서 고마워."

(아이의 사랑해라는 말에 고맙다거나 행복하다는 말로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다.)


아이는 시도 때도 없이 문득 사랑 고백을 한다. 아이가 좀 더 어릴 땐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아이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

"울애기 사랑해~" "00아~엄마가 정~~~ 말 사랑해."


요새는 사랑고백이 진화했다. 밤 잠을 자기 전에

"엄마! 진~~~~~! 기다려야 해요 알았죠?"

하고 다른 말을 하더니 다음 날 밤 잘 때

"엄마 짜! 사랑해요. 어제 내가 진~~ 했죠?

오늘 짜! 할 때까지 24시간 동안 계속 사랑해요!"

와... 진짜...

어릴 때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배시시 웃거나 '네~' 하고 말길래 좀 서운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한 애미이지만) 요새는 그때를 이렇게 능가한다고? 그러면서도 종종 묻는다.

"엄마는 00이 얼마나 사랑해요?"

"엄마는 우주 1억 개 합친 거만큼 사랑해."

"나는 무한대"

"그럼 엄마는 무한대에 무한대 1억 개."

그 말에 힘을 더하려고

"있잖아, 엄마는 엄마 목숨이랑 00이랑 바꿔야 한다고 하면 바꿀 거야. 그만큼 00이 사랑해."

라고 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 말의 의미가 진짜 와닿는 중이라 이 말에 진심을 넣어 말했다.

"... 엄마, 그 말은 취소해요."

아이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엄마 있어야 하는데, 엄마 없으면 안 돼요. 그 말은 하지 마요."

이 작은 사람이 죽음과 이별이라는 것에 대해 뭔가 작은 인식이 생겼구나 싶었다.

그러더니 흐느끼더니 이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 엄마 죽으면 계속 울 거야. 으앙"


아이고,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한다는 게 울 애기를 울려버렸네. 서럽게 울어대는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귀엽고 코끝이 시큰했다.

"엄마 안 죽어. 엄마 00이랑 오~래 살 거야."

"진짜?"

"그럼! 엄마 00이랑 오~래 살 거야. 걱정하지 마."

한참을 엄마 죽지 마을 외치며 울다가 품에서 잠든 꼬맹이.그리고 혼자 생각해 봤다. 내가 죽어서 사랑을 표현하는 게 아이에게 최선의 행복이 될까? 남겨진 사람의 슬픔이 클까 아니면 그럼에도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클까..쓸데없는 말로 쓸데없이 애를 울리고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다.


며칠 후에도 다시 확인한다.

"엄마, 엄마 목숨은 사랑한다는 말 할 때 절대 하지 마요. 알았죠?"

"응, 약속할게."


나도 저만할 때 막연히 엄마 아빠 죽으면 어떡해를 고민했었던 것 같은데..요 나이 때는 다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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