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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소소한 달달구리 여행기, 안다기

안다기를 안다고?!?

여름방학 때 기분전환 겸 한 번도 안 해본 평일 오후에 장보기를 하고 싶었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여유롭게 장보기라니! 나의 단순한 삶의 루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탈이라 괜스레 신이 났다. 돈키호테에 도착해 보니, 아니 웬걸? 안다기라는 낯선 이름의 디저트를 발견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치랴. 디저트에 진심인 나의 눈길을 확 사로잡은 건 당연지사이다. 수요일 오후에 돈키호테를 가본다면 꼭 안다기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내 기억에는 2020년까지 1달러에 4개를 줬던 것 같은데, 시간이 꽤 지난 만큼 정확하진 않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요즘 하와이 물가도 정말 미친 듯이 올랐다고 한다. 예전에도 살인적인 물가였는데, 현재는 얼마일지 궁금해진다. 아무리 물가가 올랐어도, 나의 촉에 의하면 안다기는 여전히 저렴하면서 맛있는 디저트일 것 같다.


그럼 안다기는 무엇일까?


중국에서 대만으로, 그리고 다시 오키나와로 전해졌다는 안다기. 오키나와식 튀긴 도넛인 안다기의 정확한 명칭은 '사타 안다기 (サーターアンダーギ)'인데 '사타'는 표준 일본어의 설탕에 해당하는 사토 (砂糖, さとう, 사토)의 오키나와식 표현이다. '안다기'라는 표준 일본어의 기름에 해당하는 '아부라(油, あぶら)'와 튀김 혹은 기름에 튀긴 것을 뜻하는 '아게(揚げ, あげ)'가 합쳐진 단어의 오키나와 방언이다.


오키나와식 튀긴 도넛이지만 내 눈엔 시장에 가면 종종 보이는 동그란 튀긴 찹쌀 도넛 모양의 디저트이다. ‘아?! 그럼 맛도 똑같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식감이 한국의 찹쌀 도넛과 완전히 다른 디저트이다. 밀가루 반죽과 튀기는 시간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완벽하고 예술적으로 겉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밀가루, 설탕, 계란이 반죽의 주 기본 재료라고 하는데 사람들에 따라서 설탕도 넣고 우유도 넣는 듯 각자의 비법 레시피가 있는 모양이다. 내 생각엔 밀가루 반죽이 며느리에게도 안 알려준다는 비법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설탕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바삭하고 담백하게 맛있다.


하와이에서 맛보는 오키나와 디저트. 프랜차이즈 디저트 가게도 아닌데,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말이 된다. 하와이 인구의 20% 정도는 일본인이고, 하와이안 원주민들 중에서 조상이 일본인인 사람들도 꽤 많다.  그리고 한국, 중국,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역사가 하와이 구석구석에 남아있어 미국이지만 아시아 같고, 또 폴리네시안 매력도 넘쳐나는 오묘한 하와이 문화가 완성됐다. 하와이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발견했다면 주저 없이 잠시간이라도 즐겨보면 하와이 여행이 더 알차고 재미난 추억으로 채워질 것 같다.


예를 들면, 호놀룰루에는 8월에 일본의 각 현 별로 축제인  마츠리(祭り)를 연다. 그중에서 제일 규모가 큰 축제는 오키나와 축제다. 오키나와 축제 (Okinawan Festival)는 하와이 컨벤션 센터에서 매년 크게 열리는데 일본 드라마, 애니, 혹은 영화에서 보던 여름 축제 풍경을 맛볼 수 있다. 물론 일본 현지의 축제 분위기가 나진 않더라도 일본 전통 옷을 입은 사람들, 오키나와의 사자춤, 오키나와 특산물 판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지정된 율동으로 단체 춤추는 등 여러 행사들이 행사 일정표에 따라 진행된다. 만약 8월에 하와이를 갔고 시간이 된다면 오키나와 축제를 가보면서 컨벤션 센터 안도 구경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컨벤션 센터는 안에 들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보는 유리창이 참 아름답다.


출근시간의 지옥철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지하철 기계 소리와 냉난방 소리는 하와이의 파도와 바람소리처럼 들린다. 지하철에서 내린 후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안다기 4개를 먹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다. 이 글로 나 혼자 잠깐 떠나온 하와이 여행 덕분에 출근길이 더 재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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