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고 있던 코너가 주 2회로 줄어든다는 풍문이 기정사실화되었고 오늘은 그 첫 주 째. 실질적으론 오늘부터 월급이 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두어 달 전부터 언질 해놓았던 탓인지 가족들도 별다른 내색이 없다. 그러다 저녁을 먹던 중, 아빠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힘주어 말했다. 주눅 들지 마. 너한텐 기질이 있고 심지가 있어. 그러니 주눅 들 필요 없고 이 상황을 원망하거나 탓할 필요도 없어.
애초에 원망 같은 건 없었다. 이 정도 타격감은 준비해 왔어야 옳았다고 되뇔 뿐이었다. 프리랜서의 숙명을 애써 모른 척 해온 건 나 자신이었고, 사실상 15초 짜리 쇼츠 영상으로 모든 채널과 경쟁하는 시대에 그저 마음 편히 3분, 4분의 러닝타임을 끌고 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고 여긴다.
그러니 내 마음이 파고든 건 반쯤 줄어버린 월급이나 카드값, 앞으로의 재정적인 계획, 다음 거처 따위라기보단 어떻게든 간절한 염원으로서 딸자식을 받쳐주고자 하는 아빠의 마음이었다. 부질없는 기대치라도 자식은 부모의 소망과 믿음을 먹고 자란다. 내일모레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