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천에 나가면 온갖 종류의 개들을 볼 수 있다. 말티즈, 푸들, 웰시코기, 닥스훈트, 치와와 … 가끔 진돗개나 골든 리트리버 같이 큰 개가 지나가기도 한다. 개들은 마주칠 때마다 서로의 냄새를 맡는다. 은근슬쩍 서로에게 다가가 친근함을 표하거나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앙칼지게 짖어대는 녀석들도 있다. 주로 소리치는 쪽은 덩치가 작은 개들이다. 하룻강아지의 객기 혹은 불안함의 표시이다. 그러면 주인은 목줄을 꽉 붙들고 야단을 친다. 앙! 앙앙!! 야! 앙앙앙!!! 쓰읍-!
포메라니안은 가만히 있어도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짓게 된다. 해맑은 표정에 내 얼굴 근육들이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랄까. 대조적으로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불도그나 퍼그를 봐도 웃음이 난다. 땅땅한 몸과 짧은 꼬리를 흔들며 만사에 불만인 표정으로 지나가면 영화 '패터슨'에 나오는 불도그 '마빈'이 떠오른다. 기껏 하는 심술궂은 행동이 우체통을 쓰러뜨리는 거다. 주인공이 아침마다 우체통을 다시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은 심술이다. 귀엽다.
산책길에 누군가의 반려견들을 보며 나는 얄밉게 좋은 점만 취한다. 똥을 치우거나 돌보는 행위 하나 없이 그들의 귀여움만 쏙 빼서 가진다. 이제는 애완견이 아닌 반려견인데 나는 한 발짝 뒤에서 개들을 애완하고 있다.
관련영상 (제작. 한산) https://youtu.be/jte8LtfQn7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