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일기 16. 자전거

6월

by 이소

쾌청한 날. 자전거를 타고 영화관에 간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 유유자적 날아가는 새. 모든 것에 여유가. 자전거 도로 옆으로 풀과 꽃이 느슨하게 뻗어있다. 오른손을 살며시 뻗어 이파리의 까끌한 감촉을 느낀다. 어떤 인사.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본다. 에코백을 백팩처럼 메고 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며 한적하게 자전거를 타는 이와 ‘지나갑니다아-!’를 외치며 추월해가는 사이클 복장의 무리들. 네모난 메쉬 상자에 낚시 도구를 챙겨서 팔자 다리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아저씨. 따릉이를 타고 가는 선글라스를 낀 힙한 청년과 은색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를 탄 선캡을 쓴 아주머니.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 자전거 뒤에 아이의 책가방을 메고 따라가는 엄마의 자전거.


강한 볕에 허벅지가 뜨거웠다. 긴바지를 입고 나오길 잘했다. 그래도 온몸을 통과하는 청명한 날씨에 기분이 붕 떠올랐다. 자전거를 타는 내내 긴장을 풀지 않으려고 애썼다. 영화관까지 삼십 분. 날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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