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우산의 여러 쓸모]
1. 비를 피하는 공간
사람이 두 명인데 우산이 하나일 때. 키가 큰 사람이 우산을 든다. 그렇지 않으면 키 큰 사람의 머리에 자꾸 우산살이 닿으니까. 키 작은 사람이 공평성을 주장하며 팔을 높이 올려 우산을 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그 모습은 애처롭고 결국 큰 사람이 우산을 든다. 키가 큰 사람의 노고가 고맙지만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우산을 이왕이면 옆 사람과 가까운 팔로 들어주었으면. 바깥쪽 팔로 우산을 들면 키 큰 사람의 배려가 무색하게 키가 작은 사람은 비를 맞고 만다. 좁은 공간 안에서 자기 쪽으로 우산을 더 당겨달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고맙지만 내 어깨 사정은 그렇지 못한 걸, 싶은 상황이 발생한다. 우산 속 여자분도 어깨 위에 얹은 손의 다정함보다 젖어가는 가방과 어깨에 자꾸 신경이 쓰였을지도.
2. 지팡이
여름 날씨는 뜨겁거나 비가 쏟아지거나 둘 중 하나. 나는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비 때문에 가볍고 작은 3단 우산을 가방 안에 넣어 다닌다.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지나가는 할머니. 언젠가 나도 3단 우산 대신 장우산을 휴대하는 날이 올까. 갑자기 허리를 바르게 펴본다.
3. 지시봉
비가 많이 와서 물이 콸콸 흐르는 천에서. 엄마는 물이 무섭다며 천변 위에서 바라보고 있고, 사정은 모르겠지만 손자는 할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징검다리 사이를 수없이 건너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