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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pago Jan 12. 2017

베트남 관광? 화폐 따라 가 봐요!

베트남 - 동 Dong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 휴가 때 한국인들은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가늘고 긴 나라들로 여행을 떠난다. 필리핀, 미얀마, 타이, 라오스, 베트남. 이 중에서도 길고 얇은 나라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1986년 ‘도이 머이(Doi Moi, 쇄신)’ 정책을 앞세운 베트남은 사회주의 기반에서 시장경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베트남의 개혁개방 수단 중 하나는 관광이었다. 자연 경치나 역사 유적지 위주로 관광 산업이 발달한 베트남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베트남 화폐들이 우리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만 동(VND) 뒷면을 보면 예쁜 문과 정원이 보인다. 반 미에우(Văn Miếu)라는 이 건물은 왕궁이 아니라 한국으로 보면 성균관처럼 중세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성균관보다 100년 더 오래된 선배다. 약 1000년 전인 리 왕조 시대, 원래는 공자의 위폐를 모시기 위해 만든 이 건물은 이후 유교 학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당으로 변했다. 지금은 박물관이 됐지만 반 미에우는 수도 하노이에 간 관광객들이 놓치지 않고 무조건 방문하는 곳이다.

베트남 북쪽에 있는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들러야 할 도시는 하롱이다. 여행 애호가들이 하롱에 가는 이유는 바로 20만 동 뒷면에 사진이 실린 하롱베이 때문이다. 1994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하롱베이는 동남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연 풍광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에게 사랑 받는 곳이다.

그렇다면 여기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일까. 하롱베이에는 크고 작은 3000개의 기암괴석과 섬들이 존재한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백령도 바위와 비슷하다.

베트남 북쪽의 핵심 관광지인 하노이와 하롱베이를 충분히 구경했다면 이제는 남쪽으로 내려 갈 수 있다. 남쪽으로 가다가 일단 들려야 되는 곳은 응에안 성(Nghean Province) 킴리엔(Kim Lien) 군이다. 이 작은 시골에는 베트남의 고액 화폐인 50만 동 뒷면에 보이는 킴리엔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킴리엔에 관한 전시물이 담겼다기보다는 베트남 화폐 앞면에 독점적으로 초상화가 실린 호찌민의 소지품들이 있다. 킴리엔 박물관은 바로 호찌민의 생가이다.

베트남을 프랑스에서 독립시키고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킨 호찌민은 베트남 초대 대통령이자 국부이다. 국제적으로 ‘호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호찌민은 미국과 치열한 전쟁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공산주의 지도자들에 비해 그나마 온건한 모습이 있어서 그런지 구미계 학자들로부터 비난이 덜했던 인물이다.

호찌민의 업적 중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것은 대통령실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평민들이 생활하던 일반적인 베트남스타일 집에서 살았다는 것이었다.

응에안 성을 떠나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다 보면 그 다음 방문 도시는 후에이다. 후에에서는 5만 동 뒷면에 사진이 있는 후에 황궁을 봐야 한다. 후에 황궁은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궁궐이다. 경복궁을 돌아보면서 조선 시대를 느낄 수 있듯 후에 황궁을 돌아다니면 응우옌 시대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황궁 가까운 곳에 훼 박물관이 있는데, 응우옌 왕조의 다양한 유물들이 보존돼 있다.

후에 황궁을 다녀온 관광객은 항상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을 떠난다. 베트남 분단선이 후에와 상당히 가까워서 베트남 전쟁 시기 후에 황궁 뿐 아니라 도시 전체에 피해가 많았다. 건물 파괴로 인한 피해 뿐 아니라 잔인한 학살도 있었다. 그래서 이 도시 주민들의 머릿속에는 아픈 추억들이 담겨 있다.

후에를 떠났다면 남쪽 바로 100km 아래 위치한 작은 도시 호이안을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2만 동 뒷면에도 소개된 호이안은 역사가 스며 나오는 마을이다. 한국에서는 안동 하회마을로 가면 현대를 잊을 수 있듯 호이안에 가면 21세기의 압박을 잠시 지울 수 있는 분위기가 있다.

호이안의 장점은 바닷가와 작은 천들이 마을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처럼 꾸며 준다는 것이다. 마을에 가끔씩 등장하는 물건을 싣고 나르는 오토바이가 없다면, 마을 자체는 여행가들에게 몇 백 년 전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누구를 기억할 것인가> 저자 알파고 시나씨의 베트남 화폐 탐구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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