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용권 Jan 06. 2018

사랑을 나누는 '서던 라이트 웨일'을 현장에서 보다

"형님들(태훈은 전체적인 이야기할 때 꼭 형 뒤에 들을 붙여 복수로 불렀다) 우리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가면 제가 너무나 보고픈 것이 있어요. 빨리 출발하죠!"
어제부터 숙소인 Wanambool 해안가에  '방긴수염고래(서던 라이트 웨일 Southern Right Whale)'이  이미 남극에서 와 있다는 정보를 접한 태훈이  출발을 서두른다. 어릴 적부터 보고 싶다던 고래라고 하니 얼마나 보고 싶을까?

보슬비가 촉촉이 내리는 가운데 조용히 캠퍼밴을 몰고 도착한 곳은 '로건 비치 고래 전망대(Logan beach whale watching platform)'  멀리서 '서던 라이트 웨일 Southern Right Whale'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차를 주차하고 작은 언덕을 오르니 망망대해가 우리 앞에 보인다. 그리고 방부목으로 안전하게 조망을 할 수 있는 곳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고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도가 잔잔하지 않다. 바람도 조금 있고 비도 내리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것이 과연 고래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찰나 태훈이 흥분한다.
"형님들 저기 고래 보이시죠? 3마리가 같이 움직이네요!" 태훈이 이야기하는 곳을 아무리 쳐다봐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에 200mm 망원 그리고 2X 컨버터를 끼고 바다를 다시 유심히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 눈에도 고래의 유영이 보인다. 아주 작은 점처럼 보이지만 분명 꼬리 모양이나 유영하는 모습이 고래다. 


" 형님들 이 고래는요 전 세계에 약 7,0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 위기종으로 전체 몸길이의 1/4에 해당하는 큰 머리와 눈에서 시작되는 커다란 아치형의 입을 가진, 독특한 생김새의 이빨이 없는 수염고래예요.  사람 손 모양처럼 뭉툭한 앞 지느러미와 몸매에 비해 맵시 있게 빠진 꼬리지느러미를 가졌지만 등지느러미는 없어요. 그리고 다 자라면 길이가 18m, 무게는 무려 80톤에 달하는 아주 멋진 놈입니다."

태훈의 해박한 지식은 어디까지일까? 물론 어릴 적부터 좋아했고 동물 관련 사업을 하지만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지식은 인정해 줄만하다. 거기다가 지금 이 고래는 이곳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사랑을 나누는 중'이라는 정보도 준다. 그런 정보를 듣고 나니 '서던 라이트 웨일 Southern Right Whale'의 유영이 일반적인  TV에서 보던 고래의 유영과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참을 카메라 뷰파인더에 고래 꼬리가 보이면 열심히 셔터를 누르는데 주변이 어수선하다. 뭐지 하고 뒤를 돌아보니 호주 어린이 100여 명이 보인다. 수업의 연장으로 이곳 전망대에서 우리와 같이 '서던 라이트 웨일 Southern Right Whale'을 보러 온 것이다. 책상에서 하는 수업보다 현장에서 하는 수업이 뇌리에 팍팍 박힐 텐데 이런 위대한 자연에서 멋진 고래의 유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할까? 산교육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싶다. 잠시 대한민국 어린이들이 박물관에서 열 맞춰서 박제된 고래를 보는 풍경이 떠 올라 한없이 부럽다.   

서던 라이트 웨일 (Southern Right Whale)의 유영을 동영상으로 바라본다

- 사진으로 함께 하는 집단가출


'드론으로 바라 본 방긴수염고래(서던 라이트 웨일Southern Right Whale)'의 유영. 이때쯤 사랑을 나누는 시점이다.
방긴수염고래(서던 라이트 웨일Southern Right Whale)를 현장에서 찾는 유치원생들. 산교육은 바로 이런것
집단가출팀도 고래를 찾아 파도사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정용권은 평소 등산과 캠핑, MTB,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맨으로 영상 촬영 전문가이자 디지털 촬영·편집 전문 프리랜서. 국내외의 수많은 산에 촬영 담당으로 올랐으며, 고 박영석 대장과 일곱 번의 히말라야 원정, 북극점(Northpole) 원정을 함께 다녀왔다. 1999년 백두대간을 57일간 일시 종주 취재하여 KBS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렸으며 ‘침낭과 막걸리’ 멤버로서 허영만 화백과 다수의 히말라야 트레킹, 자전거 일주, 백두대간 종주, 캐나다 트레킹 등을 함께 해온 오랜 동지이기도 하다.


작가의 이전글 호주 서부 '와남불(Wanambool)' 아침이 예쁜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