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레이크 하트의 하얀 부분이 어제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아니고 모두 소금이에요. 엄청난데요. 드론을 가지고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이른 아침 풍경이 너무 이뻐 일출만 촬영을 했지 호수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제저녁, 오늘 아침에도 드론을 비행시켜 영상을 남겼는데 설마 하얀 것이 소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태훈의 이야기를 들으니 얼른 호수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밤새 오고 가는 열차 길을 넘어서자 바로 눈앞에 끝도 보이지 않는 '하양'이 보인다. 엄청나다. 소금이라고 믿기 어렵다면 다음 절차는 직접 맛을 봐야 하는 것. 봉주형, 상욱형과 함께 호수로 내려가 손가락에 침을 묻혀 혀끝에 대니 이건 보통 소금이 아니라 정말 짠 소금이다. 태훈 말대로 이 거대한 호수가 모두 소금 밭이다. 그런데 더한 것은 이런 소금호수가 호주에 많이 있다는 것이다. 호주가 해저에서 융기하면 생긴 대륙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현장이다.
태훈과 함께 드론을 비행시켜 보는데 너무 넓어 웬만큼 거리를 비행해도 티도 나지 않는다. 태훈이 드론으로 흔적을 남기는 동안 우리들은 점프샷을 찍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본다.
"쿠퍼페디까지 가는 동안 안전하게 운전하세요! 특히 로드킬 조심하시고요. 이제부터 아웃백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캥거루가 도로를 나올 거예요. 만약 캥거루가 도로를 뛰어들면 옆으로 말고 그대로 받으시는 게 안전합니다. 물론 주변 상황을 빠르게 판단해야 하는 게 중요하고요!"
아침 브리핑을 하고 2호 차 주유기를 보니 다음 주유소까지 연료가 간당간당한다. 상욱형이 이야기한다. "용권아 우리 2호 차는 안전하게 다시 뒤로 약 40Km 되돌아가서 연료를 채우고 오늘 일정을 보자 아무래도 불안하다." 상욱형 말대로 주유 눈금을 보니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운행에 안전할 것 같다. 호주 아웃백에서는 운전 중 주유 게이지에 항시 신경을 써야 한다. 만약 도로 중간에 연료가 떨어지면 낭패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항시 주유소가 남은 거리와 차량에 남은 연료를 계산해서 운행을 해야 하는데 어제 2호 차가 약간의 시행착오를 했다. 그래서 보너스로 왕복 80Km를 운행을 더해야 한다.
"야! 조심해 앞에 캥거루가 뛰어 들어온다." 동승석(통상 조수석이라고 불리는 운전 옆좌석)에 앉은 상욱 형이 소리친다. 그리고는 "그냥 지나쳐!"라는 말에 운전대를 꼭 잡고 캥거루를 받았다. 첫 경험이라는 것이 이런 걸까? 둔탁한 느낌과 함께 캥거루가 우리 캠퍼밴에 받혔다. 순간 당황했는데 다행히 차량 뒤편을 본 봉주형이 캥거루가 약간 절뚝거리지만 살아서 도로를 건너갔다고 위안(?)을 주신다. '앞으로 남은 여정에 이런 일이 많이 생기면 안 되는데' 하면서 캥거루가 조금 다쳤기를 바라는 마음에 전방을 더 주시하게 된다.
사진 정용권은 평소 등산과 캠핑, MTB,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맨으로 영상 촬영 전문가이자 디지털 촬영·편집 전문 프리랜서. 국내외의 수많은 산에 촬영 담당으로 올랐으며, 고 박영석 대장과 일곱 번의 히말라야 원정, 북극점(Northpole) 원정을 함께 다녀왔다. 1999년 백두대간을 57일간 일시 종주 취재하여 KBS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렸으며 ‘침낭과 막걸리’ 멤버로서 허영만 화백과 다수의 히말라야 트레킹, 자전거 일주, 백두대간 종주, 캐나다 트레킹 등을 함께 해온 오랜 동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