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소개합니다 : 최민혁 훈련사의 '개를 위한 개에 대한 이야기'
"밤이는 착한데 똑똑하진 않은 거 같아."
나랑 반려인은 우리집 개 밤이를 보면서 자주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보호자의 언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개. "손"이나 "엎드려"를 습득하기까지 걸린 상당한 시간. 어질리티 도구에는 발조차 딛으려 하지 않는 개. 옆집 개는 "빵야" 하면 쓰러지는 시늉도 한다는데. 그래? 괜찮아. 밤이는 대신 착하잖아. 맞아, 개가 착하면 되지.
밤이의 방문 훈련을 마치고 훈련사님이 "밤이는 상당히 영리한 개"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밤이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있었다. 착하지만 똑똑하지 않은 개. "밤이는 영리해요"라는 인사치레까지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그 뒤에 나오는 "아마 밤이가 개들 무리에 섞여 살았다면 리더가 됐을수도 있어요"라는 말에는 도저히 동의하지 못해 "네?"라고 반문하고 말았다. 동의할 수 없었다. 리더가 돼 무리를 이끌기에는 밤이는 예민하고 (좋은 의미로는) 섬세했으니까.
훈련사님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흔히 무리에서 리더인 개의 성격이 강하고 강압적이고 다소 폭력적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런 방식으로는 오히려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축출되거든요. 차분하고 다른 개를 잘 살피는 개가 리더가 돼요.
동시에 훈련사님은 밤이가 보호자의 말을 듣지 않는 건 아둔해서가 아니라 굳이 말을 들을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라고 하셨다. 우리가 밤이를 평가("똑똑하진 않은 것 같아")하는 것처럼 밤이도 우리를 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에게 보호자의 말을 들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걸 반복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였다.
단지 3회차의 훈련만으로 1년 반 동안 밤이와 같이 살았던 보호자 이상으로 밤이의 핵심을 더 잘 알고, 또 들여다보는 능력. 그건 아마도 훈련사님이 인간보다도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시선으로 쓴 칼럼이 나왔다.
"사람을 돕는 개들을 보고 '봉사심'이 있다고 인간은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건 소설에 가깝다. (중략) 최근 국내에선 이런 환상 덕에 보더콜리가 유행 견종이 되면서 정말 많은 개가 버려진다.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말을 안 듣고 감당이 안 돼서다. 지능이 알아서 소통을 가져올 것이라 착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