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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자기조절과 자기믿음

심리상담가의 사색16(작성: 2023.7.2.)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lulusphotography, 출처 Unsplash


근래 들어서 계속 앉아만 있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살이 찌는 경험을 했다. 살면서 살찌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는 살이 찌다 보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몇 개월을 내버려두면서 지내왔고 그때마다 '살 빼야 하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계속해서 놔두게 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습관 형성의 중요함을 이야기하는 강연을 보면서, 나에게 지금 필요한 건 운동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구매하고 계속 사용하지 않았던 로잉머신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강연에서 습관형성에 필요한 시간이 66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연자가 66일 습관 형성을 위한 활동지가 있다고 하여, 강연이 끝난 후에 찾아보고 인쇄하면서 운동을 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어떤 곳은 이것을 '66챌린지'라는 형태로 하고 있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약 한 달 가까이 대체로는 내가 약속한 운동을 해오고 있다.  하루하루 했다는 걸 활동지에 표시하는 느낌이 상당히 좋았다. 과연 인터넷에서 유행 중인 66챌린지를 하면서 얻는 건 무엇일까? 나는 지금 이걸 하면서 무엇을 얻고 있을까?


우선 첫 번째로는, 당연히 습관 형성이다. 나는 운동을 참으로 싫어하는 편이다. 해야 한다는 건 수십 년 전부터 알았지만, 실천해오지 않은 저질 체력이다. 스스로 봐도 안타까울 정도의 저질 체력을 원망하면서도 결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울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살찌는 나를 보면서 더 이상의 미루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시작한 운동이었고, 어떻게든 운동 습관을 만들어 보고 싶었기에 66챌린지와 같은 걸 강제로 해보게 되었다. 이게 30일 정도가 넘어가면 어느 정도 습관 형성이 된 거라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목표한 66일까지는 간다고 한다. 나는 아직 한 달을 채우지 않았으니 조금 더 봐야겠지만, 분명 강제로 시작한 것이지만 점점 습관처럼 하게 되는 게 있다. 하루도 그것을 먼저 계획하고, 다른 일을 계획하게 되니까 말이다. 분명히 첫 번째로 얻는 것은 내가 목표한 습관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다음 두 번째가 사실 더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데, (좋다기보다 사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한 자기 믿음이다. 어떤 자기 믿음이냐 하면, 내가 나의 목표를 위해 기존의 삶의 습관이나 패턴을 조절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목표와 일치하는 삶을 해내는 데 필요한 자기 조절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다.

우리는 나의 생각 하나, 나의 행동 하나를 바꾸기도 어렵고 쉽지 않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저 이전에 만들어지고 배인 습관으로 살아가게 된다. 의식적으로나 의도적으로 뭔가를 개선해나갈 노력도 하지 않고 말이다. 그렇다 보니, 내가 나를 조절해낸다는 느낌을 갖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내가 내 삶을 살아간다는 믿음이나 느낌도 별로 없다. 그 결과 자기에 대한 믿음, 자신감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의식적으로 내가 하루하루 의도한 것을 해내고 있다는 것을 활동지에 동그라미로 기록해나가면 나는 진짜로 하루하루 내가 하고 있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커진다. 그것이 결국 내 삶의 주도권을 내가 갖고 있다는 믿음, 내 삶을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자기 믿음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사실 습관 형성을 위한 66챌린지가 갖는 진정한 중요한 의미일 듯하다.


물론 습관 형성 하나 한다고 해서 나에 대한 자기 조절과 자기 믿음이 엄청나게 바뀐다고 할 수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 것을 우리 모두 너무 잘 알지 않는가? 

작게 보이는 출발을 통해, 작은 성취나 성공 경험을 통해 우리는 점점 나에 대한 믿음과 자기 조절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해낸 하나를 통해서 또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전에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던 0에서 1을 만드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미 하나를 해낸 경험을 토대로 자기 믿음이 있으니까 말이다. 

이것들이 점차 쌓이다 보면 이제 더 해내는 것이 많을 것이다. 성경 구절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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