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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현 Nov 24. 2023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와 나

심리상담가의 사색15(작성: 2023.6.18.)


본 글은 심리상담가로서 상담하고 생활하며 느낀 바를 나누는 글이며, 1인칭 시점의 독백체의 글로 이루어집니다.

아울러 본 글에서 언급된 사람의 이름, 직업, 나이, 지역 등 배경정보는 각색되어 창작되었으며, 실제 인물이나 기관과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amansks91, 출처 Unsplash


상담을 하면서 만나는 내담자 중에서 대인관계로 인해 큰 스트레스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만난 G도 현재 자신의 어려움은 관계로부터 비롯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곰곰이 듣고 보니, 그는 어떤 사람과 잘 지내다가도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그 관계 자체를 매우 힘들어하고, 급기야는 멀리하기 시작했다. 죄지은 것도 없는 데 그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면서 말이다.

많은 관계에서 이러한 어려움이 생기다 보니, 그는 오랫동안 만나는 사람이 없었다. 초반에는 상대를 잘 맞추어 주면서 호감을 사면서도, 이후에 점점 깊어지는 관계가 없었다.


관계 문제가 어렵다 보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관계에 대해 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의 삶에서 첫 번째 관계인 부모와의 관계는 G로서 쉽지 않았다. 아버지의 폭력성, 어머니의 바람기와 폭언, 술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형제 중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신보다 다른 형제를 더 좋아했다. 그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편하기보다 가시방석이었다. 또한, 윗형제들과 달리 자신은 부모에게 인정받거나 사랑받는 느낌이 없었다.



학교에서도 생활이 쉽지 않았다. 집에서 잘 챙김을 받지 못하니 준비물을 빠뜨리기 일쑤였고, 학업적인 면에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학원이나 과외에 대한 필요성을 부모님이 생각하지를 않으니, 자신이 학원 다녀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준비성 없고 게으른 인간으로 선생에게 비치면서 자주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지적을 당하였다. 

G는 또래 친구와 어울리기도 쉽지 않았다. 기질적으로 조용한 아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친구를 사귀려고 하지 않았고, 그나마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들과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막상 주말이 되어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초대받는 일은 적었다. 

그는 성장하면서 점점 관계가 어렵고, 혼자 고립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긴 해야 하니,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그가 하는 최선의 행동은 묵묵히 말없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거나, 상대방의 요구나 요청에 그저 따라주는 일이 대부분이 되어버렸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요한 타자(significant other)가 떠올랐다.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거나,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 중요한 타자가 된다.

어린 시절 중요한 타자는 누구인가?

절대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부모가 1순위의 중요한 타자이다. 또 가족의 울타리에 함께 지내는 형제도 중요한 타자이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이나 또래 친구들이 중요한 타자이다.

G는 중요한 타자와의 관계가 결코 좋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거나, 상대방이 불쾌해할 것 같다는 예상으로 인해 행동하지 않거나,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만 골라서 했다. 

그리고 G는 자기 자신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관계를 잘 맺지 못하는 인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평가했고,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자기를 거절하거나 거부할 것으로 예측했다.


나는 G를 만나는 동안, 그의 모습이 속상하고 슬펐다. 마땅히 귀한 존재여야할  그였지만, 그는 자신을 스스로 결코 귀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동시에 G가 그렇게 자신을 평가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타자가 다소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그의 아픔과 함께한 후, 상담이 끝났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었다.


'나의 중요한 타자는 나와 어떤 관계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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