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
"둘째도 낳을 거야?"
란 질문을 꽤나 자주 듣는다.
이해한다. 첫째도 안 낳고 딩크로 살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얼떨결에 세 가족이 된 우리니까.
그래서 우리에게 둘째라는 가족계획이 추가로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이렇게 대답했다가 첫째를 낳아버린 전적이 있어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둘째는 없다.
아기가 안 예뻐서?
키우기 너무 힘들어서?
안 낳겠다고 했다가 낳은 아기는 물고 빨 정도로 너무 예쁘고,
잠도 안 자고 우리 엄마를 힘들게 했던 나와 달리
내 딸은 음식점에서 다리에 앉혀 안아만 주면
엄마 아빠 밥 먹는 동안 울지도 않고 얌전하게 있어주는, 꽤 순한 아기다.
그런데 왜 둘째는 없다고 확신하냐고 묻는다면,
낳아놓은 아기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 들릴 수 있다. 보통은 첫째가 예뻐서 둘째 생각이 난다고 하니까.
(실제로 친구 언니도 딩크였다가 첫째를 낳고 너무 예뻐서
바로 둘째 계획을 세우셨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반대다.
첫째가 너무 예뻐서 둘째 생각이 없다니, 이 무슨 말인가 싶지만.
나와 내 남편은 우선 체력이 좋지 않다.
남편은 무릎도 좋지 않고 난 스트레스에 쉽게 반응하는 편이다.
우리가 쏟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자원이 분명하게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 한정된 자원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둘째와 나눠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아기에게 먼저 미안해진다.
또한 우리는 아주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이다.
벌어오는 수입도, 쓸 수 있는 시간도 굉장히 제한적이다.
특히 시간은 더 그렇다.
엄마인 내가 복직하면 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되고,
집에 돌아오면 밥 먹고 씻고 자는 몇 시간이 엄마, 아빠와 보내는 하루의 전부가 된다.
그 세네 시간을 한 아이에게 쏟는 것도 늘 아쉽고 미안한데,
이 작고 소중한 시간을 둘로 나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난 아마 미안해서 허리를 펼 수도 없이 굽어버릴 것이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이유, 돈. 돈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아기에서 한 사람으로 자라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이미 한 아이를 키우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고 있다.
(물론 엄마 욕심으로 사는 장난감과 옷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긴 한다.)
지금 100을 한 아이에게 쓰고 있다면,
당연히 아이가 둘이 되면 자연스럽게 50씩 나눠지게 된다.
그게 내 입장에선 부족한 아이, 미안한 부모가 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결국 내 생각은 여기로 돌아왔다.
"굳이 이 모든 자원을 나눠야 할까?"
이 질문에 오래 머물다 보니 둘째 계획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물론 안다. 둘째를 낳으면 그 나름대로 예쁘다고 잘 키울 것이다.
첫째도 안 낳겠다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으니까.
그래도 지금의 나는 '굳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
그래서 우리 가족의 둘째 계획은 없다.
그리고 조만간 남편은 병원에 방문하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