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애정이란
오늘의 아기는 152일
아기는 아직 말도 못하지만,
자기 몸의 모든 방향으로 나를 찾는다.
혼자 자다가도 어느순간 내 품에 안겨들기도 하고
집안일을 하다가 뒤를 돌아 아기를 보면
나를 보고있다가 배시시 웃고있곤 한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존재가
온 몸으로 방향을 정하는 순간이다.
그 방향이 언제나 나라는 사실이,
생각보다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아기는 계산하지 않는다.
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기분이 어떤지, 잘하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보이면 웃고, 안 보이면 찾고, 안기면 몸을 기대어 온다.
조건도 이유도 없이, 나라는 이유 하나로 전부를 건넨다.
이 작은 몸이 나를 기준으로 하루를 짜고,
나를 향해 웃고 울고 뻗어오는 걸 볼 때마다
나는 괜히 등을 곧게 펴게 된다.
누군가의 전부가 된다는 건 생각보다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서.
그래서, 가끔은 이 사랑스러움이 조금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기에게 나는 거의 전부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나이고,
웃음의 방향도 나이고,
울음의 이유도 나다.
이 작은 세상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기쁘면서도, 동시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요즘 나는 인스타에서 온갖 육아 계정을 팔로하고 있다.
발달에 맞는 놀이, 체계적인 이유식, 재밌는 하루 루틴.
어느 날은 한 육아 계정을 운영하는 엄마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게 됐다.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워크지를 스스로 만들고 매일의 학습루틴을 만들고.
7세인 아이는 결국 오늘 영재원에 합격했다고 한다.
엄마의 노력에 대한 결과값같았다.
나는 하루를 간신히 넘기듯 아기를 돌보고 있는데,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단단하게 해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아기에게 내가 전부라는 사실이
충분한지 의문이 들었다.
이 아이의 세상이 아직은 나로 가득 차 있는데,
그 중심이 이렇게 어설퍼도 되는 걸까 하는 마음이 스쳤다.
사랑스럽기만 하던 존재를 바라보다가,
괜히 미안한 기분이
먼저 올라오는 순간이 있다는 게 조금 낯설었다.
비교하고 싶지 않았고,
의심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오늘은 그런 마음이 분명히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안다.
온 몸으로 나를 향해 웃는 이 아이를 볼 때마다,
나는 더 잘해주고 싶어지고,
그래서 더 엄격해지는 것 같다는 걸.
사랑이 커질수록, 기준도 함께 높아지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이 아이의 세상이 작고,
그 중심에 내가 서 있다면,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 자리에서
성실하게 안아주고 웃어주는 사람으로 있고 싶다.
완벽하고 준비된 부모가 되기 전에,
지금의 사랑스러움을 먼저 충분히 느끼고 싶다.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래도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함께 있다.
아마 나는 그 사이에서 조금씩 균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