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나요?

by 미래

누군가 물었다.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냐"라고.

내 대답은 간단했다.

"그럼 전 안 써요"


질문을 한 사람에게는 살짝을 황당했을 법하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글이 써지지 않은 날에는 조용히 노트북을 덮었다. 붙들고 있어 봐야 좋은 글은 나오지 않았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다고 해서 안 써지던 글이 갑자기 잘 써질 리 없기 때문이었다. 인간관계도 그러하듯, 억지로 붙잡고 있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믿었다.


그럼에도 살다 보면 글을 써야 할 때가 많다. 짧게는 수년간의 인생을 단 몇 천자로 줄인 자개소개서를 써야 할 때, 학교용 혹은 업무용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그렇다. 아니면 블로그나 간단한 이벤트 당첨 글을 써야 할 때도 있다.

말을 하기 전에 글로 설득해야 하는 일도 비슷하다. 작가나 기자뿐 아니라 기획자나 카피라이터도 글로 먹고살기에 글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기상캐스터도 뉴스 멘트는 직접 작성한다고 한다.


글을 자주 써야 하는데 도저히 글이 안 써지면 어떻게 하나? 저마다의 해결책이 있겠지만, 글이 안 써지는 날은 펜을 내려놓는 게 내 해결책이다. 사실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다.


잠시 내려놓는다는 것

관계를 정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잠시 내려놓는 것도 어쩌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잠시 내려놓기까지 걱정이 앞설 것이고, 설령 내려놓았다 해도 불안은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사실 누가 준 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목표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글을 써지지 않으면 불안했다. 지금껏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서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은 올리고자 했다. 그동안 열심히 써 왔지만, 최근 발행일이 3일에서 일주일이 넘어가면 걱정이 앞섰다. 다음엔 무슨 글을 써야 하나 고민만 늘었고, 새로운 글감을 찾더라도 끝맺지 못한 글들이 많아 발행도 못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한 주, 한 주 미루는 것도 싫어서 꾸역꾸역 쓸 때도 있었다. 그런 글들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느끼고 쓰는 길이기에 분량을 채우려 억지로 쓰는 글들은 감동이 덜하다. 그리고 독자들이 가장 먼저 눈치챈다.


그렇기에 감정이 최대한 왔을 때, 인사이트가 확실할 때 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물론 감정에 적신 글들은 다시 보면 도저히 봐줄 수 없기에 수정은 필수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글을 쓰고 싶을 때, 온 마음 담아 진정성 있게 쓰는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잠시 글을 쓰지 않고 내려놓는 것도 두렵지 않다. 내가 아직 글 쓸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과정이니까.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을 때만 글을 쓸 수는 없다. 가끔은 정해진 기한 내에 글을 써야 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면서 모집 공고들이 많이 올라왔다. 온갖 에피소드와 경험들을 모아 자기소개서를 써야 했다. 최소 5천 자는 기본이고 대부분 기한은 10일 정도다.


자기소개서는 마감 기한이 정확히 있는 글이다. 정해진 기간 내에 나를 소개하는 가장 완벽한 글을 선보여야 한다. 그렇기에 글이 잘 써지든, 안 써지든 써야 한다.

'영감의 원천은 데드라인'이라고 했던가. 매번 새롭게 자기소개서를 쓰면서도 수 없이 막혔는데, 글을 안 써서 제출하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래도 정말 도저히 안 써질 때는 써질 때까지만 쓰고 내일로 미뤘다. 신기하게도 다음 날에는 조금 더 써졌다. 그렇게 마감 전날까지 쓰고 또 쓰다 보면 어느새 완성됐다.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매번 좋은 글을 쓰는 일은 더더욱 쉽지 않다.

글이 안 써지면 잠시 마음을 비우고 다른 활동적인 일을 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쓰고 싶을 때가 있었다.

'아이디어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떠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무작정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좋은 글이 써지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러니까 '내려놓음'의 두려움 대신 좋은 글을 위한 '확신'이 되기 위해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계속 글을 쓰겠다는 마음 하나, 안 써질 땐 잠시 쉬었다 가겠다는 마음 하나만 있다면 지치지 않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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