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카메라 앞에서 경직된다.
경직되면 좋은 사진이나 영상이 나오기 어렵다.
사진을 보는 사람도 경직되고 불편해진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대표적인 피사체로는 자연이 있다.
자연풍광, 동물과 식물. 그것들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카메라란 존재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기에 늘 좋은 피사체다.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관광지의 포토스팟은 지나치게 카메라를 의식한 피사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세요!'라고 소리치는 듯한 장소이기에 의외로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렵다. 경직된 뻔한 사진만 재생산할 뿐이다.
상대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아기/아이들도 좋은 피사체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그들은 카메라를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시선을 의식한다는 건 그만큼 부자연스러움을 불러온다. 어쩌면 그게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반응인지도 모른다.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것은 자아를 거스르는 일이다.
모델이나 배우들은 그런 역행을 해내는 사람들이기에 좋은 피사체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란 영화에서 배우 줄리엣 비노쉬가 계곡 물에 들어가려고 옷을 훌렁 벗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수백 명의 스텝들에 둘러싸여 마치 혼자만 있는 것처럼 천연덕스럽게 나체로 기지개를 켜는 일은 얼마나 많은 집중력을 요할까. 아무나 카메라 앞에 설 수 없는 이유다.
그와 동시에 모델과 배우는 카메라를 의식해야 한다. 의식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최소의 시간 동안 최대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그들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이는 자연도 해내지 못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그 팽팽한 긴장감 사이에서 오롯이 카메라만을 위한, 사진과 영상물만을 위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것이 카메라 앞에 선 프로의 자세다. 그들은 자연스러움과 인위적 의도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진정한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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