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청춘을 글을 쓰는데 바칩니다.
뜬금없이 언제 제일 불안하냐고 물었던 당신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눈 감으면 보이던 환상적인 미래가 갑자기 어두컴컴할 때요."
내 말을 듣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당신은 내게 또다시 물었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이 물음에는 금방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왜 그런 줄 알았다면 나를 지배하는 불안감 따위는 아무렇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이유를 모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있기에 우리는 불안한 게 아니었을까. 청춘이 가진 모든 불안은 "왜 그렇게 불안할까?"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불안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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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에 감정을 담았습니다. 그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 어디까지 전해질 것인가는 궁금하지 않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내 글과 내 감정에 마음을 기울인다면 별이 떨어지는 그 밤에 눈물로 적신 일기장은 누군가의 손에 펼쳐져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적어 내려가는 글이 어쩌면 작은 위로가, 어쩌면 작은 감동이, 어쩌면 작은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매일 밤 써내려 갔던 일기장을 꺼내 이제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저 제가 흘린 눈물자국을 따라가는 일일 뿐일지라도 누군가의 삶에 아주 조금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삶이 조금 더 긍정적인 삶을 향해 갈 수 있다면, 한 사람이 흘린 눈물은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요? 제 눈물은 그만하면 충분합니다.
'한 사람의 눈물 자국은 그 인생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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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제주 무전여행을 시작으로 22살의 청년은 나 홀로 제주살이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싶었던 청년은 한 달간 제주에서 찍은 사진으로 엽서를 만들었습니다. 그 사진에 청년의 글은 담기지 못했지만, 대신 청년의 감정이 담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육지로 돌아온 청년은 제주에서의 8개월을 추억해 보았습니다. 감정을 담아 찍은 사진을 보면서 제주가 동화 같은 세상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동화에는 주인공이 없었지만, 그 누구든 주인공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말도 주인공이었고, 하늘도 주인공이었으며, 바다도 주인공, 바람도 주인공, 방황하는 여행자도, 제주를 살아가는 섬사람도 모두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동화는 그 어떤 동화와 어떤 소설과 어떤 삶을 살든 개의치 않았습니다. 누구나 자유로웠고, 누구나 사랑했습니다.
청년은 제주의 바람처럼 머리칼 살짝 흔들며 따뜻하게 살랑인 시간을 간직하기로 했습니다. 어둠이 별을 포근하게 안아주듯 그 시간을 포근히 안아주었습니다. 육지에 발걸음을 닿은 순간 청년은 제주에서의 시간이 두꺼운 책을 빠르게 넘길 때처럼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청년의 발자국에는 슬픔이 번져 나왔습니다. 그러나 청년은 웃었습니다.
청년에게 허락된 시간, 시간이 지나 제주를 추억한다면 청년은 틀림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어요."
청년은 작가가 되기엔 부족하지만, 자신의 청춘을 제주를 기억하고 글을 쓰는데 바쳐보려 합니다. 청년은 펜을 쥐었고, 마음을 써 내려갑니다.
- 브런치 작가 신청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