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제 인생에 잊지 못할 계절로 남을 것 같습니다. 기록적인 폭염과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된 운동 그리고 생애 첫 책 출간을 위해 흘린 구슬땀이 서말(?)은 될 것 같아서입니다.
2018년, 마흔을 넘긴 나이에 브런치스토리를 통해 독자가 있는 글쓰기를 시작한 지 7년이 되었습니다. 브런치가 탄생한 지 10년을 맞이했다니 여러 가지 감회가 스칩니다. 브런치와 함께 한 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울고 웃고 성장하고 좌절하며 소설 속 주인공 같은 시간을 보낸 듯합니다.
마흔이 다되도록 엉뚱한 곳에서 서성거리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며 살아가던 제가 브런치라는 둥지에 안착한 후, 세상 어떤 곳에서 느끼지 못한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글쓰기가 아닌 에디터와 독자분들이 진심을 다해 읽어주고 피드백이 오고 가는 글쓰기는 저에게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살아 숨 쉬는 대화와도 같았습니다.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은 패배감에 젖은 채 평범함 주부로 살아가던 저에게, ‘작가’라는 과분한 타이틀을 씌워 주신 브런치팀과 독자 여러분 덕분에 쉽게 넘어지고 좌절하던, 개복치 영혼의 소유자인 제가 여기까지 뚜벅뚜벅 걸어올 수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브런치 무비패스를 통해 작가의 자격으로 언론 시사회에 초대되어 미리 개봉작을 감상하고 리뷰를 작성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영화평론가도 아닌 제가 제대로 된 비평을 할 리 만무할 텐데, 브런치팀에서는 저의 리뷰를 Daum 메인 홈페이지에 여러 번 포스팅해 주었고 유명인도 기자도 아닌 저의 글이 기록적인 조회수를 찍기도 했습니다. 난생처음 제가 하는 일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미미하나마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숭숭 뚫려있던 제 삶의 구멍들이 채워지는 듯한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2019년에는 아름다운 노들섬의 노들서가의 일상작가로 선정되어 멋진 노들서가 작업실에서 집필할 수 있었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글을 쓰다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한강철교가 보이는 강변으로 나갔을 때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추억 때문인지 노들섬은 아직도 저의 최애 스팟이랍니다.
2023년에는 꾸준한 집필 활동을 인정받아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 반짝이는 배지를 받는 영광도 누렸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브런치가 저에게 좌절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매번 응모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취미로만 즐기기에는 저의 욕심이 과했던 것인지, 아니면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쳤던 것인지 글쓰기를 향한 저의 열정이 조금씩 식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의 경제적 보상을 보여줄지도 모를 학위 공부를 시작했고 1년 반 뒤 무사히 학위를 땄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머리도 식힐 겸 난생처음 혼자서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동백섬의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걸으며 바다를 바라보던 그때, 비로소 저의 마음 속 깊은 곳의 진심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꿈에 대한 불확신과 재능에 대한 회의로 늘 패배감에 젖어 있던 제가, 남은 인생을 걸고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글쓰기라는 것을요. 제 손으로 던져버린 ‘글 쓰는 사람’이라는 꿈이 부메랑처럼 돌고 돌아 다시 제 손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며칠 뒤면 저의 첫 산문집이 출간됩니다. 그동안 여러 번 포기하고 싶었던 제 꿈이 브런치라는 안락한 둥지 안에서 독자님들의 관심과 격려를 먹고 잘 성장해서 알을 깨고 드디어 작은 아기새로 태어나는 듯한 느낌입니다.
갓 태어나 눈도 못뜨는 아기새처럼 아직도 많이 모자라고 그저 그런 시답잖은 보통의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늘 초집중 울트라파워가 샘솟는 걸 보면 누가 뭐 래든 작가는 작가인가 봅니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매일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까 설렙니다.
지금 이 삶이 바로
오랜 시간 제가 그토록 꿈꿔왔던 그 삶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