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괴롭다. 괴로우면 멈추면 그만일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더 괴롭다. 금연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처럼 자꾸만 절필을 입에 담게 된다. 백해무익한 담배보다야 낫겠지만, 글쓰기도 어지간히 사람을 피폐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괴로워하면서도 써야만 할 거 같은 불안감. 금단현상을 겪는 흡연자의 심정도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글쓰기는 상당한 시간과 체력을 잡아먹는다는 점에서 악질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멈추는 게 쉽지 않다. 퇴근해서 노트북 앞에 앉고 주말이면 글을 쓰러 카페에 간다. 대부분은 어떤 보상도 없는 게 분명한데도 말이다.
우리는 작가라는 허상을 쫓고자, 오래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고자, 사회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글을 쓴다. 이처럼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나 글쓰기를 멈추는 이유는 대부분 같다. 우리가 글쓰기를 포기하는 건 보상이 없거나 너무 적어서다. 글 하나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당신도 이미 알 것이다. 내 시간과 감정을 갈아 넣어서 쓴 글 한편보다, SNS에 올라온 짤막한 유머글이 금전적으로 더 가치 있다.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것만큼 허탈한 기분이 드는 일도 없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얘기에 관심이 없고, 그 글을 읽고자 기꺼이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내가 관심 없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들은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연 당신의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들 중에 당신의 글을 정말 읽은 사람은 몇 명일까.
이제는 ai가 글도 대신 써주는 세상이다. 누구나 명령어만 입력하면 당신의 생산량을 월등히 넘는 글들을 뽑아낼 수 있다. 벌써부터 온갖 포탈에 ai로 쓴 글들이 도배되어 있다. 포탈에서도 이런 ai글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고, 그걸 규제할 방법도 명확히 규제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사람이 몇몇 문장만 수정해서 발행하는 방식은 어떻게 규제한단 말인가. 쏟아지는 ai 생성글을 찾아내겠다고 담당자들을 대거 고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결국 프롬프트만 잘 설계하면 누구나 작가라는 명예 타이틀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글은 ai 세상에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우리의 영감과 노력에 마땅한 보상을 받기 위해선, 더욱 인간친화적인 글쓰기로 나아가야 한다. 다시 말해 작가도 기획자와 마케터의 역량을 갖추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나가야 한다. 먼저, 내 글에 반응을 일으킬 독자층을 명확히 특정하고, 그들이 어떤 니즈를 갖고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예상 독자의 나이대와 성별, 사회적 지위 등을 상정하고, 이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읽을지 분석해라. 그래야 내가 그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더욱 날카로워진다. 타겟층은 내가 글을 통해 대화하고 싶은 가상의 독자 한 명을 생각하고, 그가 속한 모집군을 머릿속에 그려나가는 식으로 구체화하면 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말을 걸고, 마음을 움직여서 나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대의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한다. 당연히 내 말만 하려고 해서는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 아마 당신도 연애 프로그램에서 자기 말만 늘어놓다가 퇴짜를 맞는 사람들을 본 기억이 있을 거다. 그러나 본인에게 갇혀있는 작가는 독자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나라는 사람을 이해해 주기만 바란다. 내 약점을 많이 드러낼수록 이런 함정에 빠지기 쉽다. '내가 이 정도로 불행한데 안 좋아해 줄 거야?' 잘 생각해 보자. 우리는 타인이 처한 불행에 측은함을 느낄지언정, 그에게 진정으로 호감을 갖지는 않는다.
그와 반대로, 잘 쓴 글들(에세이)은 그저 보편적인 감정을 이끌어낼 뿐이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보편적인 감정을 찾아내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이 느낄 불안을 자극한다. 우리는 그 작가가 그 불안을 멋지게 이겨냈을 때 그의 팬이 된다. 그들은 고정 독자가 되어 당신이 계속해서 쓸 수 있게끔 해준다. 어쩌면 ai 시대에서 작가가 살아남는 법은 나의 팬을 모으는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작가들도 SNS를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집필 과정을 공유하는 등 일상의 많은 부분을 공개한다. 그리하여 팬들은 종종 그 작가의 작품보다도, 그 작가 자체를 더 좋아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써야 할까. 나는 글쓰기 자체보다도,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고, 검색량이 많으며 노출될 수 있는 키워드를 발굴하고,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만족할 만 글을 쓰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만약 쓰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이라면, 쓰는 사람들과의 연대를 늘리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먼저 '좋아요'와 '댓글'을 다는 건 꽤나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시도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들이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에 호감을 갖도록 하자. 그들이 부담스럽든 말든, 진심 어린 댓글 세 번을 먼저 달아버리면 결국 넘어올 수밖에 없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텍스트를 많이 읽는 편이기에, 나의 고정 독자가 되어줄 가능성도 높다.
이 글은 당신이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당신이 자꾸만 글쓰기를 포기한다면, 그건 그저 끈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 감정이 너무 내게 갇혀있어서'일 수도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다 쏟아냈거나, 더는 말하기가 심적으로 힘들거나, 아무도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글은 멈춘다. 반면에 독자의 고민과 니즈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사랑받고자 한다면 글은 더 나아간다.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찾고, 그들이 필요한 도움을 주자. 그 과정에서 당신은 어떤 식이로든 보상을 받을 것이고, 그 보상은 당신을 계속 쓸 수 있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