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부터 아버지가 화덕피자를 하는 카페에 가자고 했다. 나는 전날 늦게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셔서 피곤했고 피자가 먹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별다른 약속이 없어서 그러자고 했다. 아버지가 가자고 했을 때 거절하기가 불편하기도 했고. 좋은 카페일 거란 기대는 없었다. 단지 좋은 구석을 찾기 어려운 카페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지. 요즘 시대에 구내식당 느낌의 카페가 있다니. 커피 한잔에 8000원이면 적어도 분위기값은 포함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함께 주문한 화덕피자는 머스터드맛만 강렬하고 맛이나 도우나 냉동피자 수준이었다. 모프로에서 "조보아씨 잠깐 내려와봐요"를 외치는 백종원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아니 뭐 화덕에서 찜질하고 나오면 피자도 신분상승하는 시대인가.' 이럴 거면 도미노에서 피자 한 판 시켜다가 집에서 캡슐커피를 타마시는 게 낫겠다 싶었다. 카카오 평점이 처참한 것도 납득이 갔다. 이제 아버지는 카페 선택권을 잃게 될 판이었다.
'검색을 좀 하고 가요.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구먼.'
나는 아버지에게 한 마디 쏘아주고 싶은 마음으로 질긴 도우를 우걱우걱 씹었다. 적어도 약간은 귀염성을 담아서 "아빠는 이제 카페 선택권을 잃었어"라고 통보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버지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즈가루까지 뿌려서 피자를 맛나게 드셨다. 한 명이라도 만족해서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피자 한 조각씩 잘 씹어서 소화시켰다. 그러다 마침 우리의 접시가 동시에 비워졌고 다음 조각을 집어야 할 차례가 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배가 불렀고 배가 부른데 먹고 싶은 만큼 맛있지 않았기에 커피 한 모금이나 마실 생각으로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아버지는 피자를 가져가려다가 내 손짓이 다음 조각을 가져가려는 동작으로 알고 움찔했다. 아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싶은 마음인지, 돈 낸 사람에게 보는 눈치인지. 아버지가 멋쩍게 손을 거두는 걸 보고 괜히 마음이 불편하고 미안했다. 왜 이런 카페를 알아보지도 않고 가자고 했는지 심술이 가득했는데 잘 즐기고 계신 모습을 보니 내가 너무 속이 좁았나 싶어서였다.
카페야 좀 괘씸하더라도 비난의 화살을 아버지한테 돌릴 이유는 없었는데. 어차피 집에 있었으면 뒹굴거리며 보냈을 시간이고, 돈이야 늘 종잡을 수 없게 사라지는 걸. 괜한 득실을 따지느라 불만만 가득하지 않았나 싶었다. 가족이라는 관계가 늘 이렇게 실수로 가득한 것 같다. 시간 지나면 무뎌질 일 가지고도 서로를 상처 입히고,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에도 감사하지 못하고, 내 기준에 맞춰서 행복이라는 잣대를 섣불리 판단하고 만다. 이제 이런 실수는 제발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또 반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가족이니까 속 좁은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 아버지와 오늘의 카페 투어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