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민욱 Feb 02. 202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

    

    깊이가 다르다. 피터슨 교수의 강연을 유튜브에서 자주 찾아보지만 강연이 좋았다면 책은 충격적이었다. 누가 나에게 이렇게 인생에 대해서 깊이 있는 통찰을 알려줄 수 있을까?라고 물은다면 이 책 외에는 크게 떠오르지 않을 것 같다. 피터슨 교수의 논리적 서술과 역사적 기록에 의한 명쾌한 설명은 왜 인간의 심리와 사고가 이럴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중 한 가지 예를 든다면, 저자는 가장 먼저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명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도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기에는 사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피터슨 교수는 이를 3억 5천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온 바닷가재의 특성과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불공평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한다.

    바닷가재는 성장함에 따라 껍질을 벗고 무방비한 상태로 지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선 안전한 장소와 먹을 것들이 풍부한 환경에 있을수록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닷가재는 영역다툼을 한다. 이때 강한 바닷가재는 좋은 환경을 지켜낼 수 있고, 약한 가재는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약한 가재일수록 안 좋은 환경에 처하게 되고 이는 그를 더 약하게 만든다. 강한 가재는 이김으로써 신경계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바닷가재의 껍질을 더욱 튼튼히 하고 근육을 더욱 유연하게 하며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 즉 강한 가재는 더욱 강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신기한 점은 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세로토닌은 우리에게 행복 호르몬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데, 세로토닌이 부족할 경우 우리는 우울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우울증 치료에 사용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의 경우 우리 체내의 세로토닌 농도를 높게 하여 우리의 우울감을 줄여준다. 이런 세로토닌은 성공한 사람일수록 농도가 높고 실패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농도가 낮다고 한다. 즉 바닷가재와 같이 승자는 더욱 강해지고 약자는 더욱 약해지는 것이 우리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과학의 법칙인 프라이스의 법칙과 파레토 법칙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이러한 이유들로 세상은 성공하기 유리한 환경의 사람들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세상이 불공평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저자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세상만을 탓하는 태도를 매우 경계한다. 그는 이런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첫걸음은 이러한 불공평성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취해야 할 자세로는 가장 먼저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인간의 기본 본성(특성) 3가지를 알아보자.

    첫 번째로 인간사회는 기본적으로 서열구조의 사회이다. 이 서열구조는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다. 이는 자연이 만들어내는 영속적인 특성에 가깝다. 이는 우리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우리가 자연의 일부인 이상 벗어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인간의 기본적으로 선하지 않다.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하다.', '진심으로 남을 해치려는 사람은 없다.', '물리적인 힘을 앞세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옳지 않다.'라는 격언을 생각과 행동의 지침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뼛속까지 악의적인 사람 앞에서는 무참히 무너진다. 그리고 오히려 이렇게 순진한 사람들은 애초에 남을 해치려고 작정한 사람에게 좋은 먹잇감만 된다. 이런 순진한 사람들은 자신도 화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큰 충격을 받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세상의 모든  가해자는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기 내면에 사악하고 극악무도한 씨앗이 있으며 자신도 잠재적으로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스스로를 짓누르던 두려움이 줄어든다. 그때부터 억압에 저항하기 시작하고 자신도 무서운 존재라서 저항하고 시련을 견뎌 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세 번째로는 인간은 공격적이고 그 무엇보다 지옥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공격성이란 본성은 동물의 본능이다. 인간 역시 동물의 종류이기 때문에 공격성을 띌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어서 그렇지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공격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간은 그 무엇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인간에게는 자의식 즉 자기 선택권이 존재한다. 인간만이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지 구별하는 능력이 있으며 인간만이 어떤 고통이 자신에게 가장 아픈지 '이해'하고 있다. 중세시대의 고문 방법과 20세기의 세계전쟁과 같은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의 잔인함은 충분히 증명된다. 우리는 어떤 행위가 우리에게 가장 극심한 고통을 주는지 알고 단순한 고통을 지옥으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그렇다면 이 3가지 특성이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는 것에 어떤 상관이 있는가? 먼저 우리가 어깨를 당당히 피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이 우리를 볼 때 우리를 패배자로 인식하기 쉽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세로토닌에서 찾을 수 있듯이 세로토닌 농도가 적을 때 우리의 어깨는 움츠려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를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인식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공격성을 띄게 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더더욱 자신감을 잃게 되고 더욱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저자는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저자는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는 것이 겉모습에만 관련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똑바로 선다'는 것은 '존재'의 부담을 자진해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삶의 엄중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혼돈을 질서로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의 유한성과 죽음을 모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이 끝났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선다는 것은 폭압적이고 엄격해서 죽은 것과 다름없는 질서를 원래의 출발점인 혼돈을 되돌리겠다는 뜻이며, 그 결과로 닥치는 불확실함을 견뎌 냄으로써 궁극적으로 더 의미 있고 더 생산적이고 더 좋은 질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어깨를 피고 똑바로 서있음으로써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좁고 험한 길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큰 병에 걸리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더라도 그 아픔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절망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북돋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이라는 항해를 새롭게 시작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정의로운 운명의 길을 걸을 것이다. 이때 우리가 찾은 삶의 의미는 죽음이라는 절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때 삶에서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기꺼이 짊어지면서도 그 속에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모든 내용은 저자의 12가지 법칙 중 1법칙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의 나머지 법칙들은 다음과 같다.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 하고만 비교하라.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모든 법칙 속에는 저자가 들려주는 날카로운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니체부터 시작해서 도덕경, 부처, 성경, 솔제니친, 괴테, 도스토옙스키 등 여러 고전과 신학, 심리학을 넘나들으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인간이라는 주제로 연관시켜 풀어주는 저자의 능력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경우 스스로가 경청하지 못함을 많이 자각했다. 필자가 누군가와 상담을 해줄 때면 나는 상담자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되어버렸다. 즉, 항상 어떤 문제에 대해서 해결책을 생각하지 화자의 상황과 감정에 많은 공감을 해주지 못했다. 나는 어쩌면 그 사람의 상황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나 자신이 누군가의 삶을 구원해주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다. 대화를 할 때 많은 부분에서 나의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고 상대방에게 배려심이 부족했음을 다시 한번 더 돌이켜 볼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이러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를 다시 생각해내는 기억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여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기억을 해야 한다.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만만하지 않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인생의 가치를 찾는 여정의 가이드가 되어주는 책인 것 같다. 삶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일수록 꼭 읽어봐야 하는 책 중 한 권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여러분도 피터슨 교수의 인생을 찾는 여정에 함께하지 않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부자아빠가 우리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