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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욱 Jun 03. 2021

(전)삼성전자 회장의 경험

초격차 - 권오현

    "대한민국 최대의 기업은 무엇입니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삼성전자를 말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받는 메모리 반도체, 하지만 이 산업 역시 초창기에는 경쟁력이 크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권오현 회장은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 뛰어들 당시부터 2018년 메모리 최대 호황까지 삼성전자에 근무하며 삼성전자를 인텔을 제치고 1등 기업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이 책은 저자의 삼성에서 삶을 녹아내린 경험의 정수이다. 권 회장의 책 '초격차'에 대해 알아보자.


    책은 총 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은 리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2장은 조직에 대해서 저자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조직생활에 임하고 어떤 조직을 구축하려고 노력했는가를 배울 수 있다. 3장은 전략으로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저자는 어떻게 대처하였는지에 대한 경험을 소개한다. 4장은 인재로 저자가 어떤 인재를 추구하고 어떻게 그들을 성장시키는지에 대하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의 경험들 중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간추려 소개하고자 한다. 


리더

    성공한 리더란 무엇일까? 권 회장은 이 물음에 자신만의 답을 정의했다. 그는 리더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은 '무언가를 성취해냈다'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성취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결과물이고, 이 결과물은 사회에 대한 차별화된 기여를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저자는 무엇보다도 역지사지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 능력이야 말로 리더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성공적 리더 말고도 최악의 리더를 정의하는데, 저자가 정의하는 최악의 리더는 미래를 망치는 리더이다. 높은 위치에서 많은 보수를 받고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회적 위상을 즐기는 것과 물러나게 된 후 회사에 어려움이 찾아오는 것들이 최악의 리더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리더는 자신이 물러난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이익을 위해 비용을 감축시키는 것보다 다소 위험성이 있더라도 성장할 수 있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리더의 사명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용을 감소한다면 당장의 현금흐름이나 이익이 늘어 훌륭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감축은 결국 미래 먹거리의 손실로 회사를 문 닫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에서의 리더는 똑똑하되 게을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리더가 게으를 때 업무를 부하직원들이 처리하면서 그들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인재를 성장시키는 것이 결국 리더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조직 

    조직이 먼저냐, 인재가 먼저냐? 이 질문은 많은 경영자들이 의문을 가지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 질문 확실하게 이야기한다. "조직도가 먼저고 그 뒤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가끔 뛰어난 인물을 토대로 조직도를 짜는 경우가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많은 기업들이 하는 실수인데, 이렇게 인물을 중심으로 조직도를 짜게 된다면 조직의 책임과 역할을 설정한 것이 흐트러지거나 옥상옥 구조를 만들기 십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도를 먼저 구상한 후 그에 맞는 적임자를 찾는 식의 조직 구성을 저자는 추천한다. 저자는 조직에서 가장 조심하고 위험한 것이 '사일로'라고 이야기한다. 사일로는 일종의 자신들만의 왕국이다. 예를 들어 개발, 제조, 마케팅 사일로가 존재한다고 친다면 그 사일로의 리더는 마치 왕과 같이 군림한다. 이런 군림은 조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기 부서 우선주의를 심화시킨다고 경계한다. 이런 사일로를 예방하기 위해 사일로의 왕을 계속 바꿔주라고 추천한다. 예를 들어 제조의 왕으로 군림하던 사람을 제품 개발 부서로 발령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이 리더는 제조에 대해서는 전문가일지라도 제품 개발은 잘 모르므로 부하직원의 말을 경청하게 되고 이것이 조직문화를 개선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저자는 조직의 회의문화에 대해서도 조언을 남긴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회의보다는 간담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회의의 경우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도 상사의 말에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반면에 간담회의 경우 라운드 테이블에 앉아 일상적 대화를 하듯이 이야기한다면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의 안건에 대해 이해가 없다면 대화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자연스럽게 구두시험을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략

    "너 자신을 알라"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입구에 새겨져 있는 이 문구는 전략의 기본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략을 세우려면 '스타팅 포인트'와 '파이널 포인트'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파이널 포인트에 많은 초점을 두고 있어, 너무 이상적인 목표를 설정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저자는 스타팅 포인트가 더욱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스타팅 포인트를 제대로 설정하기 위해 기업의 현재 상태와 기업이 영위하는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본질을 상태별로 나누면 생존 모드, 성장 모드, 스타트업 모드로 나눌 수 있고, 속성별로 나누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 맞춰 전략을 달리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속성별로 나눈 제조업의 경우 절대적 기술 우위 만이 전략의 초점이 되어야 하고, 서비스업의 경우 남들보다 우월한, 우월 전략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이 경영했던 삼성전자를 예시로 초격차 전략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초격차란 단순히 시장의 파워나 상대적 순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모든 차원에서 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초격차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은 물론 조직, 시스템, 공정, 인재 배치, 문화에 이르는 모든 분야를 '혁신'시켜야 하며 이는 리더의 의지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주도적 실천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적자사업에 대해서도 첨언하는데, 적자기업의 경우 흑자로 돌아서기 위해 비용을 감축하는 것보다 어차피 적자인 것 더욱 과감히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자신이 적자사업부서였던 S.LSI를 흑자로 돌이킨 경험을 토대로 조언한다.


인재

    '인사가 만사' 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많은 리더들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탁월한 인재를 발국하여 양성하는 것은 기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장은 저자가 어떤 원칙을 가지고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선 최고의 인재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할 뿐만 아니라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도 스스로 배워나가기 때문에 탁월한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공부만 열심히 한 평범한 명문대생보다 특별한 경험을 가진 지방대생이 낫다고 표현한다. 저자는 최악의 인재를 또한 정의하는데, 최악의 인재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사람, 겸손하지 않고 무례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람이 입사를 하면 반드시 조직이 망가진다고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뿐만 아니라 저자는 완벽한 인재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배우자를 선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는데, 완벽한 배우자가 없듯이 완벽한 인재도 없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발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이다. 저자는 인재 양성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권한 위임'이라고 이야기한다. 흔히 직원들은 오너십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많은 프로젝트를 상사가 고안해내고 직원들은 그저 그것을 따르는 것 밖에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직원들은 도구처럼 생각하게 되고 오너십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직원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것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줄 때 인재들이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생활에 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나는 개인적으로 경험이 담긴 책을 무척 좋아한다. 그 이유는 경험이 담긴 책은 그것을 읽음으로써 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수용하고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오현 회장의 저서인 초격차는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정말 경영현장에서 권 회장이 느끼고 깨달았던 점들을 소개해주는 저서이다. 이전에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읽었을 때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매니지먼트에 대해서 좀 더 재미있고 실감 나게 배울 수 있었다. 물론 권 회장의 경험은 일반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에 한정되어있는 경험이지만 결국 기업과 사회란 사람이 사는 공간이니, 큰 맥락은 다른 기업에서도 통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권오현 회장의 글이 더욱 와닿았던 것은 내 전공이 반도체 시스템이기도 하고, 나 역시 저자와 같은 회사생활을 해야 함을 알기에 더욱 빠져들며 읽었던 것 같다. 현재의 삼성을 있게 한 권오현 회장의 저서인 초격차는 저자의 경험을 배울 수 있다는 메리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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