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후라이팬 위에서 자라나는 우리 뇌

요리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

by 서민혜

따뜻한 밥 한 공기에 호로록 국물이면 한참 배가 든든합니다. 때로는 당연하게도 느껴지는 이 일상은 수백만 년 전 인간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는 문화는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번 보고서에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rometheus2813_Korean_food_BBQ_Hyperrealistic_2d822665-572f-411a-a199-54e42d571089.png




인간은 다른 모든 동물, 심지어 유인원과도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리는 함께 협력하고, 서로에게서 배우며, 고도로 발달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차이가 생긴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독특한 뇌 성장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요리’는 인간의 뇌가 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요소다. 불을 다루고 음식을 조리하는 능력 덕분에 인간은 음식을 더 쉽게 소화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 추가 에너지가 뇌와 지능 발달에 중요한 기반이 된 것이다.




조리가 가져온 변화: 소화, 흡수, 안전성의 향상


요리는 소화율을 높이고, 영양 흡수를 돕고, 음식의 안전성을 높여 음식의 ‘에너지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Carmody et al., 2009). 예를 들어 요리는 전분과 단백질 구조를 분해하고,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들을 비활성화하며, 독소나 병원균을 제거해 음식의 안전성을 높인다(표 1 참고). 게다가 음식의 질감, 향, 맛이 좋아져 먹기 쉬워진다.

요리 표1.JPG [표 1] 요리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요약 (Carmody 외, 2009) 이 표는 요리가 음식의 소화율, 영양 흡수, 안전성, 질감, 풍미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한 것이다.

표 1의 내용에 따르면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익히는 행위가 아니라, 인체가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중요한 과정이다. 먼저 조리는 전분을 젤화시키고 단백질 구조를 분해해 소화율을 높인다. 또, 트립신 저해제 같은 소화 방해 물질을 비활성화하고, 독소를 제거함으로써 영양 흡수는 물론 안전성도 향상된다. 특히 고기의 경우, 조리를 통해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맛과 향이 좋아져 섭취 자체가 쉬워지며, 연화 과정을 통해 단백질 흡수도 더 원활해진다. 물론 조리에는 단점도 있다. 단백질이 서로 엉켜 소화가 어려워지거나,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당과 아미노산의 소화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 또한 지방이 줄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총열량은 일부 감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리는 소화 부담을 줄이고 체내 에너지 획득 효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뇌 진화에 큰 도움이 되었던 진화적 기술로 평가된다.


요리 표2.JPG [표 2] 고기 종류별 생고기와 익힌 고기의 건조물 1g당 열량 비교 (USDA, 2008 기준) 이 표는 다양한 고기 종류에 대해 생고기와 구운 고기의 열량 차이를 보여준다.

물론 단점도 있다. 요리 과정에서 수분이 빠지거나, 단백질이 서로 얽히고, 기름기가 떨어져 나가 지방 함량이 줄어들 수 있다. 실제로 고기를 구웠을 때 열량 손실이 칠면조는 1.9%, 거위는 14.7%에 달한다고 보고되었다(표 2). 하지만 이런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요리는 단백질 흡수를 높이고 소화에 드는 에너지를 줄여 결국 순 에너지 이득이 더 크다. 생고기를 소화하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데, 요리를 통해 사람은 더 많은 유효 칼로리를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뇌 발달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수치에서도 잘 드러난다. 표 2에 따르면, 조리 전후 고기의 영양 성분은 고기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단백질 함량은 소폭 증가하고 지방 함량은 감소하는 패턴을 보인다. 특히 지방이 많았던 오리나 거위 고기의 경우, 익힌 후 열량이 크게 줄어드는 반면, 칠면조처럼 비교적 지방이 적은 고기는 열량 변화가 미미했다. 이는 조리 과정에서 지방이 녹아 빠지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총열량은 줄지만, 동시에 단백질 밀도가 높아지고 소화 효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조리는 에너지의 손실을 동반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순 에너지 획득’이라는 진화를 가능케 한 기술이었던 셈이다.





네안데르탈인도 요리했을까?


최근 연구들은 네안데르탈인도 요리를 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Henry 등(2011)은 이라크의 샤니다르 동굴과 벨기에의 스파이 동굴에서 발굴한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풀씨(밀족), 대추야자, 콩류, 뿌리식물 등 다양한 식물 섭취 흔적이 발견되었다. 더 흥미로운 건, 전분 입자에 나타난 손상 패턴이었다. 일부 전분은 조리된 흔적을 보여주며, 네안데르탈인이 식물을 요리해 먹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그림 1)


이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은 고기만 먹었다”는 기존 인식을 바꾸며, 이들도 계절별 식량 수확과 자원 풍부 지역으로의 이동을 계획하는 등 복잡한 식생활 전략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요리 방식이 현대 인류만큼 발전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들의 식습관은 에너지 추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D_4nXdoFtfR0pX67YB4oFJPqKi44zZZ--OG04jxOwOTbV98_hoECcr1KwniYsnHWtyDhoUSLJXSdYhK4PYSlayjB2tqZ_Nm_bOYVGgQBi1xZMIqkdfXgdvXDBeTAkE1w3Gtec3Gc1rCWA?key=T44OTWVxQ7aMQzI5OJpybLov [그림 1] 네안데르탈인의 치석에서 발견된 전분 입자 – 식물 섭취의 미시적 증거





어금니가 줄어든 이유도 요리?


Organ 등(2011)의 연구에 따르면, 현대 인류는 다른 유인원에 비해 식사에 훨씬 적은 시간을 쓴다. 이는 단순히 식생활 습관의 차이만은 아니며, 조리된 음식을 섭취하기 시작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연구팀은 특히 호모 에렉투스 시기부터 불을 이용한 요리 문화가 시작되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는데, 이 시기부터 나타난 어금니 크기의 급격한 축소가 그 단서를 제공한다. 조리된 음식은 부드럽고 소화가 쉬워 많은 저작(씹는) 활동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어금니가 점차 작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호미닌(hominin) 종의 예측 어금니 크기와 실제 크기를 비교한 결과는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호모 사피엔스의 어금니 면적은 예측값(308 mm²) 보다 훨씬 작은 113 mm²였고, 네안데르탈인은 342 mm²에 비해 119 mm², 호모 에렉투스는 280 mm²에 비해 170 mm²였다. 이처럼 세 종 모두에서 실제 어금니 크기가 예측값보다 크게 작게 나타난 것은, 단순히 몸집 때문이 아니라 식생활 방식의 변화, 특히 조리를 통한 음식 섭취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요리는 인간의 해부학적 구조에도 영향을 준 문화적 기술인 셈이다.


[그래프 A–G]는 이러한 분석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그림 (A)은 어금니 면적과 체질량 사이의 관계를 회귀 분석한 결과이며, (B)는 그 회귀 기울기의 사후 분포를 보여준다. 그림 (C)부터 (G)까지는 다양한 호모 속(Homo species)의 실제 어금니 크기와 예측값의 차이를 나타낸다. 이 그래프에서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는 모두 99% 신뢰구간을 벗어나는 ‘진화적 예외(outlier)’로 확인된다. 이는 요리를 포함한 식생활의 변화가 인간 진화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AD_4nXeqB7s6tPVjkjZEv7KGzvlruV59gqRC2PmKu8_N5kvcrvKX-F_c8bZ5cKl-sYByZ1UOVbeDlb0q5fK-7lEE-iSDetl1n2UkAhom1XZ2oDJ18kIXpyZOyVeLuvADK0YD-gDAqNx1GA?key=T44OTWVxQ7aMQzI5OJpybLov
AD_4nXcYRBK8FUmBUo1cAXajuYNSnu8WXzuY9DUsMB0EiM8bQgydiMzy6W5SxqlvXl74byxxyDkzncnH2xtI3wTNJ0reVeRCYpFrbtBdVog6Yy5Mcxr9MtBcdpa_WgCS2Jlb9EPQX0udfw?key=T44OTWVxQ7aMQzI5OJpybLov
[그래프 A–G] 어금니 크기와 체질량의 관계




불의 사용과 사회적 진화


요리와 뇌 진화의 또 다른 연결 고리는 불이 가져온 사회적, 생물학적 변화다. Wrangham 등(2010)은 불의 통제가 협동, 노동 분담, 의사소통을 촉진해 인지 발달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한다. 조리는 뇌 크기 증가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작은 어금니와 줄어든 소화기관 같은 해부학적 변화도 가져왔다.


AD_4nXea_voUfa1Y_egR1XWJ9bKjggaAOLPV_y0pplolzUVp4X3eTzAAvWDXXjl0ILYv_Dl3Cgg8azdS4RDvo36gg9mXhOzjWCBz3TKDGH-sVgmN54HcJBVhduAHHz_f0EIEqJJUunwlbw?key=T44OTWVxQ7aMQzI5OJpybLov [그림 2] 불의 사용과 요리에 따른 해부학적 변화


그림 2는 침팬지(Pan),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골격을 비교하며, 불과 요리 사용에 따른 주요 진화적 적응을 보여준다.


호모 에렉투스는 뇌 용적 증가, 어금니 축소, 장기의 크기 감소를 통해 조리된 음식에 대한 식단 변화가 반영되었다. 또한 불 덕분에 땅 위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되며, 나무 위 생활에 필요한 신체 구조와 체모가 점차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존력, 에너지 효율, 인지 능력 향상에 기여했다. (Wrangham, 2010)


또한 불은 야생동물로부터의 위협을 줄여 지상 수면을 가능하게 했고, 따뜻함을 불로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체모 감소에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변화들은 단순히 식단 변화에 그치지 않고, 생존 방식과 인지 능력, 사회 구조까지 진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불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흔적


Krtkanas 연구팀은 중기 구석기 시기의 Qesem 동굴을 대상으로 불 사용의 흔적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중에서도 미세퇴적물 분석(micromorphology)은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특히 [그림 4]에 나타난 회색 재층(gray ash lens)은 반복적이고 습관적인 불 사용의 증거로 해석된다. 이 재층은 층이 잘 분리되어 있고, 그 안에는 어둡게 점점이 박힌 탄화된 뼈 조각들이 섞여 있어, 단순한 일회성 화재가 아닌 지속적이고 의도적인 연소 활동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구석기 인류가 불을 단지 우연히 사용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활용하고 통제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AD_4nXeQ9bPs7jkZHfSiG9uP3KDU2l6uplLdF7Iwzx2zHrx82FBpmKPirDmKI1svbUnSf6vYY7akUdNA3mN7WobdYIEZ-12o_omuCXRGmopKBwB0EOTE5NJNgGuBPIHUlS5irCeNeX2w?key=T44OTWVxQ7aMQzI5OJpybLov [그림 3] 고온에 의해 부서진 불에 탄 뼈. 이 사진은 고온에서 가열되어 심하게 부서진 주황색~검은색 계열의 불탄 뼈를 보여준다.


AD_4nXdxjYC_e-93_i3N8Fl7dvLMIjd9EybsbzrGv9XaCZndp4DW_4bcnKmh3Uyl5uN1fMIpM3eEm16vc-4ONR2JZaawH9Rxhl7raNVdgThgeo2R8bzxt-2Pwy0RPWyMadtJiz2dsRwf_w?key=T44OTWVxQ7aMQzI5OJpybLov [그림 4] 고온 연소 흔적인 회색 재층. 이 사진은 고온 연소가 반복적으로 일어난 흔적인 회색 재층(gray ash lens)을 보여준다.


또한 [그림 3]의 고온에 의해 부서진 불탄 뼈는 불이 단순한 난방 수단을 넘어 음식 조리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 뼈는 주황색에서 검은색까지 이어지는 불탄 흔적을 갖고 있으며,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지는 수축균열(shrinkage fracture)이 고온 열처리의 결과로 관찰된다. 사진의 왼쪽에는 나무 재도 함께 발견되어, 조리와 관련된 화력 활동이 이루어졌음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이처럼 Qesem 동굴의 분석 결과는 불이 단순히 생존 도구를 넘어서, 식생활과 기술, 행동 양식의 진화까지 이끈 중요한 매개체였음을 말해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요리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공동체를 만들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고도 지능을 가능하게 한 인간만의 특징이다. 조리 덕분에 우리는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남은 시간은 사회활동, 도구 사용, 사고 능력 발달에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고도로 가공된 음식은 새로운 건강 문제를 낳기도 한다. 요리의 진화적 의미를 되새기면, 음식은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니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핵심 요소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까요?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rometheus2813_french_food_98adf421-b11e-4786-a15b-3f4026602aca.png
prometheus2813_delicious_soup_7fa3b8ea-a226-4e84-8e1a-086ba14b6428.png
prometheus2813_sushi_buffet_3ba32425-277d-41d8-9163-2288f041eb55.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