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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규 Feb 11. 2020

세로토닌과 호모 사피엔스

마음은 몸을 세우고, 몸은 마음을 형성시킨다.

   바닷가재는 신경 구조가 단순하고 뇌 세포가 커서 신경계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바닷가재는 과학자들에게 인간의 뇌와 행동,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은 "바닷가재 안에는 생물체가 수억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생존해 놀라운 삶의 지혜가 녹아있"음을 역설했다.


모든 동물들은 한정된 자원 속에서 저마다 생존하기 위해 서열 경쟁과 영역 다툼을 벌인다. 바닷가재 또한 마찬가지로 좋은 서식지를  차지하고 지키기 위해 영역 다툼을 한다. 자신의 승리를 위해 몸집을 과장시키고,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입히기 위해 준비한다. 바닷가재의 영역 다툼은 총 4단계까지 있다. 단순하게 설명하처음 가벼운 기싸움으로 시작해서 양쪽 다 끝까지 자신을 굽히지 않을 경우, 목숨을 내놓는 위험한 마지막 단계의 싸움으로까지 이어진다.


과학자들은 전투에서 승리한 바닷가재 안에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호르몬은 바닷가재의 근육을 유연하고 탱탱하게 만들어준다. 근육이 유연해진 바닷가재는 몸집을 한껏 더 크게 과장시킬 수 있게 된다. 집게의 힘도 한층 더 강해질 것이다. 반면, 패배한 바닷가재 안에는 '옥토파민' 호르몬이 급속도로 증가한. 옥토파민 수치가 높은 바닷가재는 통계적으로 대부분 영역 다툼에서 싸우지 않고 도망칠 태세부터 취한다. 외형적으로도 무기력하고 위축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세로토닌과 옥토파민의 균형은 인간의 삶에도 직결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피터슨은 인간이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펴며 당당한 자세를 취"할 때, 승리한 바닷가재와 같이 훨씬 더 많은 양의 세로토닌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인간이 자신의 삶의 질을 재구성하고 세워나가는 과정에 있어, 일상 속 신체를 통해 나타나는 '자세'와 '태도'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중요한가를 재고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상 속 얼마만큼 올바르고 건강한 자세로 서고, 앉으며 생활할까? 당신은 타인과 자신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매력적인 자세와 태도를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는가?

"건강한 신체의 자세와 태도는 건강하고 진취적인 정신 상태로 이어진다"는 명제가 과학적으로 참이라면, 논리적으로 이러한 결론도 가능하지 않을까? "건강하지 못한 내면의 상태은 건강하지 못한 신체의 자세와 태도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신체는 우리의 정신상태를 '무엇'이라 대변하고 있을까? 당신의 정신과 신체는 얼마나 연관되어 있으며, 당신은 이러한 정신과 신체의 관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생활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가?


동물의 세계에서 세로토닌은 '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힘은 근력과 근육의 크기에 관련된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힘이 강한 상대를 후각과 시각 등을 통해 알아챈다. 자신보다 약한 동물이 나타나면 세로토닌이 왕성하게 분비되며, 자신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는 옥토파민의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한다.


동물은 개체에 따라 정해진 한계가 있어 힘과 근력을 후천적으로 증가시키는 데 무리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인 인간 역시 그러한 생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같은 종 안에서의 차이는 사슴과 사자 간의 근력 차이만큼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 같은 종 안에서는 힘의 위계와 서열이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수없이 뒤바뀔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를 소유한 동물이기에 다른 동물들처럼 '힘의 대결'로서 서열을 매기며 살아가지만은 않는다(종종 원시 사회, 또는 이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이 야만적인 사회, 그리고 유년기를 갓 지난 질풍노도의 학창 시절에서는 이와 흡사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겠지만, 성숙한 사회는 이러한 미개한 대결 또는 경쟁을 허락하지 않는다). 호모 사피엔스는 본능과 욕구의 충동을 넘어 '가치'와 '의미'를 찾을 줄 아는 동물이다.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배고픔을 이겨낼 줄 알며, '가치'를 위해 서로 협력하고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매우 독특한 동물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빼어난 사회적 능력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현재 지구 상 최상위 포식자의 위치를 군림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세로토닌단순히 '힘의 증가'나, '서열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세로토닌은 보다 전인적이며 복잡한 어떤 것을 일으켜낸다. 피터슨은 그것을 자신감, 용기, 긍지, 책임감, 긍정적 마인드 등의 언어들로 설명했다.


그러므로 호모 사피엔스는 '지혜'와 '힘'이라는 두 지평의 경계 위에 서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즉,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가치'와 '의미'라는 복잡한 집단적 상징체계를 건설하고 이를 위해 협력을 도모하고 타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독특한 존재이면서(유발 하라리의 책을 참고), 동시에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힘의 논리' 속에서의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경쟁을 터득하며 살아가는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의 말을 빌림)인 것이다. 그렇기에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들과 같이 동일한 세로토닌이 분비되지만, 그것의 기능과 역할은 훨씬 고차원적이며 복잡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혜'의 경계 위를 올곧게 걸어 나가기 위해, 곧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어깨를 펴고 똑바로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  말은 단순한 '신체활동의 어떤 상태'를 넘어서는 전인적 상징을 담고 있는 말이다. 이것다른 동물들처럼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지배하며 세상을 독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건강한 몸을 통해 올바른 정신과 인식 체계를 유지하며,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잘 발견하고 쟁취할 수 있기 위함이다.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어깨를 펴고 똑바로 당당"하게 생활한다는 것우월한 생존력을 위한 '본능'적 요구이면서,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위한 '사회' 요구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떨 때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될까?

1. 운동하기: 운동만큼 세로토닌을 왕성케 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좋은 음식을 먹기: 세로토닌과 관련된 음식들을 검색해 보자.

3. 공부하기: 지적 훈련을 통해 얻게 되는 '자기 효능감'은 운동과 또 다른 고차원적인 세로토닌의 저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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