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잘 수 있겠다는 느낌

by 신호수


발화력을 잃었다. 평생 한 가지 일만을 해야한다고 하면 나는 고민 없이 ‘이야기 하는 일’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이용할 수 있는 매체들을 골고루 잘 이용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날 블로그에 글을 올렸는데 갑자기 견딜 수가 없었다. 그 감각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글을 비공개로 고치면서 그동안 올렸던 모든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기억나지 않는 악몽을 깬 직후처럼 어안이 벙벙한 채로 살고 있다.

취기를 안은 채 지긋지긋한 폭식을 하고 폭력적인 잠에 들었다. 이럴 때면 당연하게도 새벽이라기엔 늦은, 아침이라기엔 이른 그 시간 쯤에 깬다. 작업 제안 연락에는 답이 오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비척비척 몸을 움직여 씻었다. 3시간은 더 잘 수 있겠네, 확인하고는 다시 눈을 붙이고는 30분 간격으로 깨다 자다 했다. 그러던 중에 휴강 연락을 받았다. 이것은 실로 기쁠만한 일이었다. 그저 다시 눈을 감고 자다 깨다 반복하며 영원히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원히 자고만 싶다. 잠시만 견디면 영원히 잘 수 있지 않나 제딴에는 진지한 구상을 한다. 작업을 같이 할 수 없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다고 구상이 더 구체적이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다. 저녁 수업에 만난 친구의 잘은 흉터와 흉을 가린 흔적에 마음이 쓰인다. 계단에서 굴렀다는 말은 아무래도 거짓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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