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사망 선고 2
이빨 사망 선고를 받고 나서 (충격이 큰 연유로) 경과를 기록하기 위한 매거진을 팠거늘... 실제는 보다 심플했다. 나는 임플란트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임플란트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하길래 되게 부진하고 지치는 과정일 줄 알았다. 근데 치과에 다녀와서 뼈를 심고 잘 유착되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내 신체의 일부가 죽었다는 판정을 받은 경험이 처음이라 그토록 놀랐던 것일까? 아마 내 이빨 하나가 죽었다는 게 슬퍼서 충격을 받은 것 보다는... '살려낼 수 없다'라는 판정 자체에서 오는 참신함이 컸을 게다. 투명하게 충격적인 것은 내가 해보지 않은, 원리도 모르는, 값 비싼 시술을 받아야만한다는 것.
내가 간 치과는 공장형 임플란트 치과였다. 건물 하나가 통째로 임플란트 시술만을 하는 치과였다. 1층이 접수를 받는 데스크였는데 직원분들의 불친절함에 기분이 상했다. 나한테만 그랬으면 넘길 수 있는데, 엄마께서 직원에게 뭘 물어봤는데 직원 분이 답답하다는 듯한 태도로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불쾌감은 내가 치과에서 대기하는 시간동안 보게 된 풍경 탓에 자연스레 사라졌다.
공장형 치과이면서,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임플란트 시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치과라기 보다... 대형 마트의 느낌이었다. 그 많은 환자들 한 명 한 명을 사려 깊은 태도를 장착하여 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말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만이 중요한 곳. 나의 경우에도 할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는 말을 크고 분명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해드리곤 하니까. 게다가 사람이 많아서 그 안이 바글바글 시끌시끌하니... 그냥 그런 뉘앙스였던 거다.
이미 많은 횟수 임플란트 수술을 받은 부모님은, 임플란트 수술 하나 정도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나도 하나 쯤이야, 하고 크게 쫄지 않은 상태로 수술대에 누웠다. 혹은 자신을 그런 상태라고 세뇌시키며...
엄마를 담당하신 선생님께서는 굉장히 묵언으로 수술을 해주셨다고 했는데, 나를 담당해주신 선생님께서는 보다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셨다. 물론 요새 chatGPT와 나누는 음성 대화 보다도 기계같은, 약간 코딩되어 있는 듯한 톤이었지만... 상당히 안심이 됐다. 지금부터 우지끈 소리가 크게 날 것이니 놀라지 말라, 지금부터 이가 떨릴 것이다, 코로 뭐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등등... 뭐랄까, '놀라지 마세요'라고 일러주신 것이 보탬이 되었던 듯 싶다.
수술이 끝났을 때 "수고했어요~. 정말 잘 했어요." (앞서 말했던 코딩같은 톤으로)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너무나도... 기뻤다... 왜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기쁜 거지? 어안이 벙벙했다. 아마도... 성인이 된 이후로는 점점 더 칭찬 받는 일이 드물게 되는 탓이 아닐까.
나에게 순수하게 잘했다고 해주다니.
내가 어떤 것을 순수하게 잘 했다니!
칭찬 받고 싶은 어른이여~ 치과에 가라!
(하지만 이빨 튼튼한 게 제일이지요...)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본다면 두려운 영역에서 칭찬을 받았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일 테다. 나는 곧잘 칭찬을 받고도 의심하는... 또는 종종 칭찬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마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엄마도 치과에 가는 일을 미루지 않은 점을 꼽아 칭찬해주셨다. 당연한 일인데 이게 잘한 건가? 싶으면서도 그냥 기분 좋았다. 또 곱씹어보면... 많은 일들은 이만큼이나 심플할 지도 모른다. 두려워도 해야한다면 미루지 않고 그냥 하고... 그러면 후련해지고...
임플란트는 내게 중대한 사안이라서 바로 했던 것 같고, 오히려 자잘한 일들을 미루게 되는데 사실 또 지나고 보면 자잘한 일이란 없다. 글을 마쳐야겠다. 자잘하다고 여겨 미뤄둔 일들을 해치워야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