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러의 학습동기이론
켈러의 학습동기 이론에서는 '노력'을 '개인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 참석하는가에 대한 여부' 라고 말한다. 풀어서 보자면 학습에서의 노력이란 곧 두 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는 과제에 기꺼이 참석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다음으로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습을 위한 노력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선 결과라는 개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서 '결과'란 학습자의 정의적 반응으로, 학습 이후 학습자가 얻는 사회적 보상이나 물질적 보상과 관련이있다.
학습 결과는 '평가'를 수반하고, 그 평가에 따라 명예, 보람, 존경 등의 사회적 보상과 돈, 선물 등 물질적 보상을 받게 된다. 이러한 외적인 보상은 이미 켈러 이전부터 주목해오고, 평가에 활용해왔다. 유명하게는 고전적 교육이론인 스키너의 행동주의 교육이론이 그러하다. 무수한 반복 속에서 학습동기와 결과를 보상을 통해 강화하는 것이다.
한편, 동기와 후속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인 내재적 보상에 대해서는 이후에 와서야 주목받게 된다.
'평가'를 통해 나타나는 보상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정의적 반응, 즉 '태도'는 다음 학습 상황, 수행, 노력에 영향을 미친다. 가장 크고 대표적인 정의적 반응으로는 '자신감'과 '만족감'이 있다. 그중 자신감이란 새로운 학습을 할 때, 그 초기에 동기가 먼저 형성된 후 그 동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다. 쉽게 말해서 다음에도 잘 해낼거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에 대한 믿음은 한 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높은 과제를 꾸준히 성공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또, 성공의 반복보다 실수하거나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해내고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감은 단단해질 수 있다.
동기는 결국 과제에 부여하는 의미인 '가치'와 그 일을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라는 '기대'로 이루어진다고 정리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수행의 대해 가치를 알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자, 외재적 보상에 대한 가치 평가와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라 믿는 내재적 동기인 기대가 모두 영향을 미친다.
사실 현실은 어렵다. 동기와 자신감을 키워주고, 학습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교사'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잘 알고, 가르치며, 평가할 수 있는 위치로 학업 동기와 관련해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 교사가 여러 명의 학생들을 매순간 지켜보며 자신감을 키워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인식하지 못한 틈새로 빠져나간 몇 학생들은 결국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발목이 붙잡힌 채 성장기 내내 무기력과 자기혐오가 쌓을 수 있다. 그 영향은 성인이 되어서 학습된 무기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악순환은 '평가'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닐까 싶다. 평가 자체는 다음에 이뤄질 학습을 위해서 빠져선 안 되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그러나 요즘의 현실에서 평가란 곧 학생의 등급 나누기, 학생 개인의 씀씀이를 판단하는데 쓰이는 것처럼 인식이 박혀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평가와 관련된)이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그 결과가 자신의 미래를 보증해주는 무언가가 될거라 여기기 때문에 과제나 수행, 직접적인 평가의 가치는 다들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매우 고되며, 모두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가치도 있고, 나의 삶과 연관은 되어있지만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심히 결핍된 상태로 학년이 올라가게 된다. 모든 이가 모두 잘 하긴 어렵다. 현재의 '평가'는 동기를 깎는 가장 큰 원인이자, 무기력, 두려움과 직결된 요인이 되어버렸다. 과연 한 종류의, 한 번의 평가가 사람의 온전한 모든 가능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일까.
요즘에는 상담자 가운데 중학생때부터 애써 고달프게 살지 않으려고 서둘러 포기하고 무기력 노선을 취하는 사례가 많아서 이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볼까 한다. 잘 알다시피 중학교 2학년을 전후로 특목고로 진학할 것인가 일반고로 갈 것인가가 나뉘는 데 많은 이들이 여기에 대해서 교사나 부모의 걱정이 아이가 하는 고민의 강도보다 셀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강도가 휠씬 세다. 나와 상담한 아이가 하는 말은 이랬다.
"나라를 지킬 아이들과 동네를 지킬 아이들이 중학교를 기점으로 나눠진다고 해요.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나라를 지키며 국가를 위해 살 아이들이고 저 같은 아이는 그냥 내 한 몸 버티고 사는 것조차 가능할지 의문이에요."
그리고 부모님이 자기를 책임지기 위해 힘들게 사는 모습이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생활을 책임지려고 아빠는 직장에 다니며 허구한 날 야근을 일삼고 엄마는학원비라도 벌어보려고 부업을하는 삶이 별로 행복 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습된 무기력의 핵심은 오늘 갑자기 하기 싫어져서 무기력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반드시 그 전에 하려고 각고의 노력을 했던 시절이 있고 그런 시절을 겪었기에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서 그것을 학습한 결과 무기력한 상태로 지내게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 부모나 교사 들이 만나고 있는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가운데 만약 무기력한 채 지내기로 결정한 아이가 있다면 그아이는 나를 만나서 그때 그 순간부터 무기력해진 것이 아니다. 그 전에 반드시 해보려고 노력했던 세월이 있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주어야한다.
아이가 무기력해진 원인이 지금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지난 세월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돕는 사람의 태도에 상당한 차이를 만든다.오랜 세월 이런저런 풍파를 겪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화가 덜 난다.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김현수
동기이론을 주장한 켈러는 자신의 주장을 따라 만든 교수설계 모형에서 평가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관련성
R1. 친밀성의 전략
1) 친밀한 인물 혹은 사건의 활용
2) 구체적이고 친숙한 그림의 활용
3) 친밀한 예문 및 배경지식의 활용
R2. 목적지향성의 전략
1) 실용성에 중점을 둔 목표제시
2) 목적지향적인 학습형태 활용
3) 목적의 선택가능성 부여
R3. 필요나 동기와의 부합성을 강조하는 전략
1) 다양한 수준의 목적제시
2) 학업성취여부의 기록체제 활용
3) 비경쟁적 학습상황의 선택가능
4) 협동적 상호학습상황 제시
관련성은 과제를 해내는 학습자와 인지적•정서적으로 친숙하고 관련있다는 의식을 활용해 성취 욕구를 높여주는 요인이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거나 친숙한 내용을 예시로 들거나, 학습자 자신의 목표와 얼마나 연관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유의미한 지를 생각하게 하여 동기를 높일 수 있다. 성취 욕구란 과제를 빨리 잘 하고자 하는 욕구와 방해 요인이 발생해도 그것을 잘 극복하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욕구를 말한다. 켈러는 관련성을 충족하면 강한 동기가 생길 것이라 주장한다.
켈러는 관련성에서 다양한 '수준'(개별화. 개인마다 수준에 맞는 목표제시)의 목적제시, 비경쟁적 학습상황 선택(두려워하는 '평가(판단)'의 여지를 줄이고자함) 협동적 상호학습 상황을 제시하여 동기를 높이고자 했다.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 학교가 변화하고 교사들도 변화를 주도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평가는 어렵다. 여전히 경쟁적이고 입시 위주의 학교 풍토는 일찍부터 포기하는 학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며 협력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이 '평가'와 '동기'를 움직이는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당신의 한 마디가 그 학생의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박성익 외, <<교육방법의 교육공학적 이해>>, 교육과학사, 2015.
김현수, <<요즘 아이들 무기력의 비밀>>, 해냄,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