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버킷리스트 체크하기

당신의 꿈은 체크되고 있습니까?

by 이영애

201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썼던 버킷리스트를 보고 있다.


사실 버킷리스트는 적어놓고 매일 보지 않는 이상 무엇을 적었는지 평상시에는 잘 기억을 못 한다. 그래서 일상을 살다가 가끔 들어와서야 '아, 내가 이런 꿈을 꾸며 살았구나'하고 깨닫는다. 버킷리스트는 한 번 주욱 적어놓는 것만으로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내가 무엇을 중요시하는지를 낯설게 바라보게 해 준다. 그리고 그 목록을 얼마나 이루며 살아왔느냐를 점검할 수 있게 해는 '도구'인 셈이다.


대략적으로 훑어보니, 이룬 것도 많고, 이미 시기가 지나가서 이루지 못한 것도 몇 가지 있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아쉽긴 해도, 을 수정하거나 아예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었다.


만약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형식이 있다면, '언제'를 바꿔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버킷리스트를 쓸 때, 매일 버킷리스트를 달달 외우며 실천하고 살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목록을 내리면서 '어 이거 내가 언제 했던 건데'라는 생각을 하며 체크표시를 하게 되는 부분도 꽤 있었다. 한 번에 많이는 아니더라도 듬성듬성 내가 꿈꾸던 것들을 이뤄왔던 것이다.


이건 버킷리스트 자체의 힘일까?


아니면 내가 만든 버킷리스트니까 내 가치관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살다 보니 이루어진 걸까.


중학생 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었다. 진로와 관련된 창체 시간에 'Vivid Dream = Real'이라는 문구를 접한 적이 있다. 이는 곧 명확한 꿈은 실제가 된다는 의미다. 나는 그때 저 말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내가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믿는 꿈은 실제가 된다는 것. 정말 그럴 거라고 난 굳게 믿었던 것 같다.


'VD=R' 공식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사이, 어떤 선생님께선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혹시 지금 어떤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을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녀보세요. 혼자 꾸는 꿈도 좋지만, 주변 사람들도 나의 꿈을 믿어주고 응원해 줄 때, 꿈은 더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나는 선생님의 그 말도 믿었고, 나의 꿈을 여기저기에 말하고 다녔다. 그만큼 확신이 있었고, 간절했기 때문이다. 꼭 장래희망이 아니더라도, 고등학생 때 리스트가 여러 가지 있었다. 통기타를 배운다든지, 일본어 공부를 한다든지, 여행을 간다든지, 그림을 그려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든지, 갖고 싶었던 물건을 아르바이트를 해서 산다든지 크고 작은 여러 꿈들을 대학 생활 중에 이룰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를 통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았고, 그것을 다시 10년 단위로 나누어서 20대에 이룰 것을 정했다. 그리고 적어 두었던 리스트의 일들은 의식이었든 무의식이었든 내가 매사에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적은 버킷리스트 몇 자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네! 할래요'가 될 수 있게 나를 이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버킷리스트는 단순히 진로 시간이나 연수 시간에 제출해야 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진짜 내 모습'에 다가가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행복을 찾아 걸을 수 있게 해 주는 무의식적인 원동력이다.


혹시 몇 년 전에 적어 보았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여유가 있는 주말이나 어느 틈새 시간에 '어제의 자신'을 만나러 가 보는 것이 어까. 혹시 적어 보았던 꿈이 없다면, 현실적인 목적 외에, 순수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마구 적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적은 그 꿈들을 타인과 나누어보는 시간, 인정과 격려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 좋다.

그리고 몇 년 뒤, 그 길을 걸어온 당신과 마주하는 짜릿한 순간을 경험해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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