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채워지는 학교

야간자율학습의 부활, 아이들은 학교에서 야근한다

by 이영애
외벽공사 중인 학교의 모습



학교에 올라갔다. 가끔 산책을 하고 싶거나 생각할 거리가 생기면 문득문득 찾아가게 되는 나의 모교.


학교는 한창 공사 중이었다. 보강재를 덧대둔 것을 다 떼고, 외관을 벽돌로 바꾸고 있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의심이 사르륵 올라왔다. 학교가 무너질 위험이 있는 게 아니면 왜 굳이 벽을 부수고 다시 외관을 벽돌로 채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건설 현장의 인부들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무래도 외주받은 내용대로 학교를 만들기만 하면 되실거니까, 그 자세한 사정이나 이유같은 건 들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가장 가운데부터 계단으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학교 외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처음엔 왜 하필 벽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벽돌로 된 학교'는 아무리 떠올려봐도 요즘 건축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로짓는 학교들은 벽돌을 사용하긴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포인트를 주는 느낌으로 사용한다.


학교에서 벽돌을 사용하는 이유는 찾아본 결과, 공을 찰 경우 벽돌이 손상이 덜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내 모교는 학생수가 적고 체육관이 있어, 운동장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운동장과 계단으로 높이 격차가 있어 공이 벽에 직접 튕길일이 거의 없다. 결국 이런 실용적인 이유라기보다 다른 의미가 이유가 될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궁금해졌다. 대체 벽돌이 주는 이점이 무엇인지?


인터넷 기사와 건축가의 블로그 글을 읽으면서 정리가 됐다. 벽돌은 그 자체로는 실용성이 낮은 것 같았다. 치장을 위한 사용이 대부분이며, 벽의 구조 역할도 못해 지진에 취약하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벽돌로 지어진 학교들은 내진설계보강을 위해 추가적으로 연결철물을 시공했어야할 정도라고 한다. 또, 벽돌은 손상 시 낙하로 피해받을 위험성이 크며, 단열이나 보안에도 취약하다고 한다. 저렴한가 했더니 생각보다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고 한다. 또 이런 벽돌식의 건물은 '교도소'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혹시해서 초등학교 모교도 가봤다. 원래 벽돌로 된 학교지만, 외관을 바꾸고 있었다.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결국 벽돌을 벽돌로 바꾸는 걸까 싶었다. 모든 학교가 다 벽돌이었던 옛날로 돌아가려는, 일종의 복고인가 싶으면서도 거무틱틱한 벽돌이 외관을 덮는 모습을 보며, 다소 비약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수 밖에 없었다.


학교 외벽을 굳이 공사하면서 벽돌로 채우는 이유는 '과거로 회귀' 또는 '획일화'를 암시하는 것만 같았다. 분명 벽돌이 다 채워지면,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서, 내 윗세대 학생들이 썼을법한 '여중여고'의 느낌이 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학생도 많고 학교가 학업만을 위해 아이들을 통제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사라졌던, 내가 중학생일 때 했던 '강제 참여 야간자율학습'이 부활했다고 들었다. 거의 15살 차이나는 중학생 조카가 한다는 걸 들었을 때부터 미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야자할 때 보통 뭐하냐고 조카에게 물으니, 친구들은 9시까지 학교에서 '아이패드'를 가지고 '영상'을 본다고 했다. 공부하는 방법도, 미래를 찾아가는 방법도 이미 획일화된 셈이다. 그냥, 그렇게 만들려는 것 같았다.


AI... 아이패드. 기술과 물건은 더 개발된다지만 그것만이 모든 것은 아닐 거다.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일 것이고, 적재적소에 사용해야할 것들이지 만능이 아닌 거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이라 정답을 찾고 싶어하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대로 하게 된다. 그게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정답이 아닐수도 있는 것을 간과한다. 늦은 시간까지 굳이 학교에서 아이패드로 영상을 볼거면, 집에서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집을 알아서 풀고 교사에게 묻거나, 차라리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맞는 거 아닌가 싶었다. 아, 그래. 어쩌면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학교에 남아 '야근'을 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내가 중학생일 때로부터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땐 여러가지를 접라며 희망도 마음에 쌓았었지만, 어느순간부터에 세상은 가장 꼭대기에서 말하는 한 마디로 확확 흘러가는 거구나 싶었다. 결국 배를 탄 선장이 가자는 대로 항해할 수 밖에 없는거겠지.


나중엔 다른 지역도 한 번 가봐야할 것 같다. 정말 모든 학교가 벽돌로 바뀌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괜히 겉에 쌓여가는 내 모교의 벽돌을 보며 정말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내 꿈은 내 모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모든 게 변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안 변했는데 모든 건 바뀌는 기분이었다. 공존할 수 없는 두 가지 알 수 없는 마음에 착잡해졌다.


그래, 그런 비약적인 하루였다.

작가의 이전글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던, 당신을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