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괴짜 신사임당 Oct 06. 2020

얘 이대로 두면 ADHD에요.

미디어에 아이를 방치하면..

둘째는 12월생 아들이다.


발달이 빨랐던 첫째와는 다르게 손가락도 빨고, 말도 좀 느린 것 같았다.


생일이 늦은 아이를 둔 엄마라서.,

아이가 발달이 조금 느려도 '12월 생이라..', '아들이라서..'

 

핑계대기 좋았다.


일터에 빨리 복귀하느라 백일이 채 되기도 전에 이를 어린이집에 보내 놓고는


나의 육아 우울증을 정신없이 일에 쏟아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은 나만 보면 울어댔다.


'늦게 왔다고 성질부리는 건가?'

'배고픈가?'

'아~졸리는구나? '


울면 뇌가 쪼그라다던데..


최대한 울지 않기 위해 한다는 방법이 고작 교육용 패드 쥐어주기


하나만 있으면 싸워서 또 우니까 각자 하나씩.

유튜브보단 낫겠지 교육용 패드니까.  


스스로합리화시키며..


혹시 어린이집에서도 그렇게 우나 싶어 원장님께 여쭸다.


어린이집에서는 잘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하지만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아이들의 정서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음을..


결국 육아상담을 받는 지경에까지 가서야 아이들의 상태를 알 수 있었던 바보 같은 엄마다. (사실은 조금 눈치는 챘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얘 이대로 두면 ADHD에요~!"


'뭐라고? 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ADHD는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잖아?'


애써 침착하게 "네?"


우리 아이가 눈으로 이야기를 한단다.


'이게 뭔 개소리야?'

내 돈 내고 상담을 받은 거지만 정말 싫었다. 


첫째는 '내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 생각하는 소아 우울증 상태 (경계라고 했나), 엄마를 많이 기다리다 지쳐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상태.. 고작 5살인데 무슨!?이라고 했지만 충격받았다.


둘째는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어 눈으로 이야기하는 상태.

이대로 두었다간 ADHD 된다 했다. 그럼 평생 약 먹어야 되잖아? 하며 또 충격


막내는 발달지연상태..


하..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이의 문제가 모두 엄마인 나의 잘못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너무 싫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진심으로


다시 정신을 차려본다.

희망은 없는 걸까?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 제가 뭘 하면 되나요? 우리 아이들 고칠 수 있나요?"


"엄마만 변하면 돼요"

다행이다. 방법이 있다니..


사실 그전까지는 육아에 1도 관심 없는 신랑이 너무 미웠다. 싫었다.


그래서 육아상담을 받은 것도 아이들 문제가 제발 내가 아니라 아빠인 너 때문인 거라고. 나는 잘못 없다고. 그런 소리가 듣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 있는 아이들은 없다는 게 진리.

문제 있는 어른이 있던 거다. 우리 부부 때문이었다.


나의 우울한 감정이 아이들에게 전달,

슈퍼 초울트라 울보로 변신한 아이들.

아빠만 보면 울고, 엄마 껌딱지가 됨.

나의 감정 격해짐.

신랑에게 화살.

신랑 맨날 늦게 들어옴


이게 매일 악순환이 되며 이 상태까지 오게 된 것이다.


솔직히 나만 변해야 된다는 게 참으로 열 받는 일이었지만..

일단 내 아이들을 살리고 봐야 하니까.. 나는 엄마니까..


따르기로 했다.


저 육아전문가가 자기 상품을 팔려고 하는 것이든 어쨌든 신랑보다는 아이들의 변화가 훨씬 빠르고, 쉽다고 한 것에 동의를 하는 나였기에


더 커버리기 전에.

돌려놓자.


굳은 결심을 했다.


그때부터 하루를 이틀처럼 살았던 것 같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온 거고.


일단 내가 제일 먼저 해야 할 미션!


미디어(교육용 패드, 핸드폰, TV 등)를 모두 끊고, 아이들과의 신뢰 쌓기


매일 밤늦게까지 어린이집에서 꼴찌로 가면서 엄마를 오래 기다렸던 우리 아이들


그 아이들과 놀이터를 처음 가봤고, 슈퍼도 가고, 종일 이것저것 활동을 참 많이 했다.


미디어 없이 애들이랑 종일 어떻게 놀지?라고 생각한 게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은 나와의 시간을 정말 좋아했다.


그토록 돈을 처발처발 하며 학습지 선생님 붙이고 했던 게 다 헛짓거리였던 거다.


이 아이들에게는 오직 '엄마'

엄마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1년 만에 큰 아이는 상위 2% 영재가 되었고,

둘째는 30개월 때 한글을 떼서 책바다에 빠졌고,

막내는 씩씩하게 잘 자라주었다.


물론 지금은 영재가 아닐 거다ㅎㅎ


내가 엄청 독한 년(?)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아이만 잘 키워도 돈 번다는 말.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나의 육아일기를 보며


"36개월까지가 뇌의 황금기라는데..

우리 아이 너무 늦었죠?"


이런 말 하는 엄마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아니!

내 아이가 늦었다고 해서 포기할 건가?


억만금을 줘서라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러지 않을 부모가 있을까?


그때처럼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매일 공부하고, 아이들에게 본보기 되는 엄마가 되자. 결심하며 오늘도 살아간다.


많은 엄마들이 육아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그래서 육아의 참 맛을 알고 즐겁게 육아를 한다면,

우울증 따위.. 날려버릴 수 있을 텐데..


나의 이 시행착오들이 부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매일 해야할 것들 체크리스트




작가의 이전글 우리 집에는 돈 잘 주는 하숙생이 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