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민지 Nov 01. 2020

[귀한 내 마음]

 며칠 전 친한 동생 소희가 그날 하루 겪은 일에 마음이 상해 울적하다며 연락이 왔다. 마침 비슷한 감정을 느껴봤던 터라 나도 그런 적이 있다는 말로 시작해 소희의 마음이 가라앉길 바라는 진심을 담아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소희는 정성스럽게 답장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소희는 그런 사람이다. 보통은 사소하다고 착각할 수 있는 작은 정성 속에 담긴 마음을 알아채고 고마워한다. 마음을 주면 그걸 알고 귀하게 여겨주는 사람이라서 나는 소희를 위해 내 마음을 쓴다. 


 마음은 귀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얻기 힘들기 때문이겠지 추측해본다. 누군가 나에게 마음을 써주었다는 것을 느끼면 말로는 다할 수 없을 만큼 고맙고 벅차다. 마음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는다는 것이고, 좋아한다는 것이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고, 그래서 걱정한다는 것이고, 응원한다는 것이고, 고마워한다는 것이고, 위하는 것이다. 또 그 이상이다. 내가 상대에게 내 마음을 줄 때에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내게 준 마음만큼이나 내가 상대에게 준 내 마음 역시 귀하다. 귀한 내 마음을 아무에게나 쉽게 흔하게 주고 싶지 않다. 누가 먼저 주는지 순서를 의식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내 마음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에게만 전하고 싶다. 상대에게 쓸 수 있는 내 정성과 노력을 귀하게 여겨 낭비되지 않게 알아주는 사람에게 사용하고 싶다는 말이다. 남에게 건네줄 내 마음이 귀한 것이니까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만 귀하디 귀한 내 마음을 주고 싶다. 그리고 해가 지날수록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관계는 지속하지 않고 싶어 진다. 내가 상대를 위해 마음을 다했을 때 그리고 그걸 반복했을 때 그걸 알아채고, 소중히 여겨줄 사람에게만 마음을 건네고 싶다. (내 마음의 크기보다 더 작은 마음을 내게 보냈다고 서운해하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다만 적어도 알아주는 사람에게 쓰고 싶다는 말이다.)


 소희는 내 정성과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라서 진심을 담아 위로했다. 역시나 고맙다고 말하는 소희에게 너는 내 마음을 알아주고 귀하게 여겨주는, 그리고 내 마음을 받을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너에게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맙다고도 말했다. 마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으면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