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브랜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할 때, 의뢰인은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이 브랜드가 말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를 딱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간단한 말 같지만, 이 한마디에 많은 것이 담겨 있습니다.
로고, 패키지, 컬러, 텍스트…
모든 것이 말하고 있는 브랜드의 인상을 향으로 요약해달라는 이야기니까요.
처음 미팅 때, 대표님의 말투는 조용하고 단정했습니다.
가방 한 켠에서 꺼낸 제품 샘플들은 하나같이 깔끔했고, 기획서는 군더더기 없이 정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브랜드에 담고 싶다는 분위기를 설명할 때는 뜻밖에도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딱 떨어지는 건 싫어요. 조금 어긋난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매력 있는 그런 느낌이요.”
그 말을 듣고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향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깨끗한데, 중간에 살짝 날카롭게 튀는 노트 하나.
처음엔 ‘이게 뭐지?’ 싶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그런 향.
그 노트를 중심으로 조향을 시작했고, 몇 번의 시향 끝에, 대표님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이거예요. 무슨 말인진 모르겠는데, 이 향이 우리가 하고 싶던 이야기 같아요.”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향은 그걸 느끼게 해주었다는 것.
감정도 그렇습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향 하나로 충분히 전달되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좋아한다는 마음도,
조금 지친 하루도,
어딘가 그리운 기억도.
향은 종종 그 모든 것을 짧고 조용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전해줍니다.
그래서일까요.
향을 만들 때면, 나는 항상 그 뒤에 있는 '말하지 않은 마음'을 상상하게 됩니다.
말이 전부는 아닐 때, 향이 대신 해주는 말들이 있습니다.
그걸 느낀 사람들 사이엔 설명보다 더 진한 공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말 없는 감정들을 향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래 기억되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