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은 결국, 나를 조금씩 꺼내 써 내려가는 일이었다"
매일 향을 만지고, 향을 생각하고,
향으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과연 내 이야기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처음 조향을 배웠을 땐
‘좋은 향’을 만들고 싶었고,
누가 맡아도 "예쁘다", "맡고 싶다" 하는 향을 상상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다운 향’, ‘그 공간에 어울리는 향’이
더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아주 늦게,
그 다음 질문이 찾아왔어요.
“그럼 나는, 어떤 향으로 기억되고 싶지?”
그때부터 조금씩
향을 조합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을 기준으로 향을 고르기보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공기,
내가 다시 맡고 싶은 감정,
내가 담고 싶은 장면을 떠올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쌓인 향들은
제품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브랜드에 녹아들기도 하고,
혹은 작업노트 한 켠에서 아직도 조용히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결과보다
그 과정을 통해 제가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향을 만든다는 건,
나를 조금씩 꺼내어 써 내려가는 일이라는 것.
그날의 기분,
숨기고 싶었던 감정,
혼자만 알고 있던 기억까지도
어쩌면 다 향료 몇 방울 사이에 살짝 묻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누구는 글로 쓰고,
누구는 사진으로 남기고,
누구는 조용히 말하지 않고 기억하지만,
저는 그렇게,
향으로 저를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아직 문장은 완성되지 않았고,
노트는 늘 열려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괜찮다고 생각해요.
조금 느려도 좋고,
조금 서툴러도 괜찮아요.
이건 누구보다 ‘나다운 이야기’니까요.
이제까지 만들어온 향들이
어느 날 한꺼번에 다 말해줄지도 모르겠죠.
지금까지 내가 누구였고,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두려워했고,
어떤 순간을 사랑했는지.
향은 기억을 붙잡는 감각이니까요.
그리고 그 기억 끝에는 언제나,
내가 있었다는 흔적이 남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