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무겁지만, 익숙해진 마음으로 한 걸음 더"
새로운 걸 시작할 때마다
저는 항상 ‘처음 같지 않은 처음’을 마주합니다.
조향이라는 일을 처음 배웠을 때는
모든 게 신기했고,
향료 이름 하나하나 외우는 것도 뿌듯했죠.
그런데 지금은
향료 이름을 잊어버리면 괜히 창피하고,
좋은 향을 만들어도
“이 정도면 괜찮지”가 아니라 “이게 최선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시작이 익숙해질수록,
시작이 더 어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게 어쩌면 진짜 '새로운 발걸음' 일지도 모르겠다고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합니다.
예전엔
“해보자!” 라고 큰소리치고 나선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말도 잘 못하겠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졌고,
무게도 생겼고,
내가 나서면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생겼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엔
크게 내딛기보단
살짝 한 발 내밀어 보는 쪽을 택했습니다.
먼저 공개하지 않고,
먼저 떠들지 않고,
그냥 조용히 준비하고,
내 마음이 '이제 됐다' 싶을 때
슬며시 세상에 내보내려고요.
조향도 그렇잖아요.
시간을 들여야 향이 자리 잡고,
서두르면 처음 생각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데로 흘러가니까요.
요즘의 저는,
처음보다 조금 더 천천히 움직이고
예전보다 조금 더 깊게 숨을 고릅니다.
그리고 그게 나쁘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어요.
'빨리'보다
'조금 더 나답게'가 더 중요해졌고,
'앞서가는 것'보다
'단단히 서 있는 것'이 더 마음에 듭니다.
이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아, 그때 참 잘 걸었구나”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한 걸음 내딛습니다.